여대야소와 범여권의 책임

국제신문 칼럼 2008/04/15 14:07 Posted by 유창선

이번 4·9총선에서 집권 한나라당은 153석을 얻어 '턱걸이 과반'에 머물렀다. 승리이기는 하지만 안정적인 국회운영을 위해서는 다소 불안한 의석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수치일 뿐, 총선 결과를 내용적으로 뜯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친박연대와 무소속 친박 당선자들을 합하면 친박계 당선자들이 26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는 한나라당과 대결하는 입장이 되기는 했지만, 이들을 범여권 세력으로 묶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한나라당이 얻은 의석수는 153개이지만, 범여권 세력이 얻은 의석수는 179개까지도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이는 다른 보수 정당인 자유선진당과의 정책연대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은 숫자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의 한나라당이나 친박 세력이나 국회에서 절대적인 안정의석 확보가 가능한 세력이다. 양측간의 재결합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거대 여당이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이들을 견제할 세력은 당분간 혼돈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도급 인사들이 대거 낙선한 민주당의 경우 리더십의 공동화 현상을 맞고 있다. 대안 부재의 상황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내고 견제세력으로서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에서 분열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진보 정당들도 견제세력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는 역부족인 상태이다. 진보 세력의 분열에 따른 집안 문제를 해결하고 자기정체성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보인다.

앞으로 여권 세력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일방적인 국정운영과 국회운영이 가능하다. 경제정책, 시장정책, 복지정책, 교육정책, 대북정책 등에 관한 보수-진보 간의 입장 차이가 여전하지만, 여권 세력이 보수 기조의 정책들을 추진할 경우 견제 세력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친박 세력의 한나라당 조기 복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한나라당-친박세력-자유선진당의 정책연대라도 이루어진다면 보수정치 세력은 200석이 넘는 의석도 확보할 수 있다. 야권의 견제 세력들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때까지는 정국의 열쇠는 여권 세력의 손에 쥐어진 셈이다.

이러한 정치 지형에서 범여권 세력의 정치적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견제 세력의 힘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는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정과 정치의 앞길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총선이 끝난 뒤 이들이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은 무척 실망스럽다. '친이'와 '친박'으로 나뉘어 계파정치의 폐해를 드러냈던 광경은 총선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들 사이에서는 '복당'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과 갈등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7월에 결정될 한나라당 당권의 향배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명색이 여권 세력이라면 총선 민의를 제대로 읽어 한나라당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지,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는 무엇인지, 이런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동안 줄곧 그래 왔듯이, 여권 세력 내부에서의 논쟁은 언제나 계파간의 문제로 점철되고 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권 세력은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를 둘러싼 대결에 다시 매달리고 있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어떻게 받들고 국정을 운영할 것인지, 앞으로 추진할 국정과제는 어떠한 것들인지, 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 국민이 궁금해하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고 복당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모습만 다시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는 데는 일단 성공했지만, 국민의 지지가 불변의 것은 아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 덕에 과반수 의석을 얻었던 열린우리당이 무너지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자기 식구 챙기기에만 매달리는 '친박'이나,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 '친이'나 보기 거북하기는 매한가지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친이' '친박'이 어디있느냐고 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나라당과 친박 세력을 망라한 범여권 세력은 이제라도 과반수에 실려 있는 책임의 무게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 <국제신문> 4월 15일자 시론에 게재된 글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 106  Next ▶
BLOG main image
유창선닷컴
시사평론가 유창선의 블로그입니다. 2007년 12월, 블로그스피어에 뛰어들었습니다
by 유창선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6)
블로그 only (82)
오마이뉴스 칼럼 (10)
폴리뉴스 칼럼 (2)
국제신문 칼럼 (4)
뉴스메이커 (3)
방송 인터뷰 (1)
강연-특강 안내 (0)
저서 <굿바이 노풍> (1)
나의 블로그 이야기 (2)

달력

«   2008/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3710086
  • 170343
Daum 블로거뉴스
textcubeget rss
Daum 블로거뉴스 베스트 블로거기자

유창선닷컴

유창선'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유창선 [ http://yuchangseon.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