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장악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안전과 신뢰, 법치를 내세우면서 앞으로 국정운영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임을 예고했다. 언론들은 이 대통령의 ‘마이 웨이' 선언에 주목하며 '이명박식 개혁 드라이브'의 전개를 전망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공세적 국정운영에 나선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집권한지 반년이 되도록 이명박 정부는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해보지 못했다. 집권 초에 불거진 ‘강부자’ 파동, 그리고 쇠고기 정국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는 국정 청사진을 제대로 선보이지도 못한채 무기력증에 빠져있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상황이 내내 계속되었던 것이다. 이제 쇠고기 정국도 어느 정도 진정된 마당에 이명박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고 국정장악에 나서려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기도 하다.


국민된 입장에서도 새로 출범한 정부가 무기력한 식물정부로 남는 것을 원할 이유가 없다. 비록 지난 6개월동안 이명박 정부가 여러 가지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그로 인해 지지율도 급락했지만, 그렇다고 남은 4년 반의 시간을 연명에 의미를 두는 약한 정부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출범했던 이명박 정부에게는 분명 경제살리기를 비롯한 국정에 대한 중요한 책무가 주어져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 혹은 ‘정책 드라이브’가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면 그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그러나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모습을 보면 적지않은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흔히들 앞으로는 이 대통령이 좌고우면하지않고 자신의 길을 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물론 대통령이 소신없이 지나치게 눈치를 살피면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문제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기본적으로 이쪽 저쪽을 살피면서 좌고우면을 해야 하는 위치이다. 자신의 지지층뿐 아니라, 자신을 반대하는 층까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그 생각까지 껴안아가면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통합의 리더십이 가능해지고 정치적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좌고우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청와대의 말을 듣노라면 이제 반대자들은 아예 제쳐놓고 길을 가겠다는 생각이 아닌지 걱정된다.


이 대통령이 새로운 드라이브를 걸면서 등장한 것이 ‘법과 원칙’에 대한 강조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집권세력의 입에서 ‘법’이나 ‘원칙’이 강조되면 어김없이 강경한 방식에 의존하는국정운영이 전개되곤 했다. 그러한 논리는 대부분의 경우 집권세력의 독선과 독주로 연결되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나선 이래 대단히 공격적인 정국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색소 살수차까지 등장한 시위진압방식, KBS 정연주 사장 해임 강행,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수사, 여론을 무시한 경제인 특별사면,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진에 대한 고발, 야당에게 밀리지 않는 국회운영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이어지고 있다.

불과 두 달여전 수십만개의 촛불이 서울도심을 메웠을 때, 반성과 소통을 말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과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광경들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계속된 국정난맥이, 대통령이 좌고우면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국민여론에 귀기울이지 않고 밀어붙이다시피 일을 추진한 것이 원인이었다. ‘강부자 내각’의 등장이 그러했고,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쫓기듯이 타결지은 쇠고기협상이 그러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명박 정부가 내놓고 있는 국정의 해법은 진단과 처방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자칫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밀어붙인 집권 초기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촛불정국에서 이 대통령이 꺼냈던 ‘반성’과 ‘소통’이라는 말이, 상황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빈말이 되어버린다면 이명박 정부의 앞길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진정한 새 출발은 촛불정국에 대한 제대로 된 성찰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이 대통령이 잊어서는 안된다.



<국제신문> 8월 21일자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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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쇄신 없이 '소통' 없다

국제신문 칼럼 2008/05/20 23:24 Posted by 유창선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이 지난 19일에 있었다. 당초 한나라당은 이 회동에서 국정쇄신안을 이 대통령에게 건의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강 대표는 그러한 건의를 하지 않았다.
 
그대신 대통령께 누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를 했다고 한다. 국정쇄신안의 내용이 언론에 사전유출된 데 대한 사과였던 것이다. 분위기는 정반대가 되어버렸다. 청와대 회동을 관심갖고 지켜보던 사람들에게는 맥이 빠지는 장면이었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에서 논의된 국정쇄신안에 대해 처음부터 부정적인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정쇄신안의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강 대표와의 회동을 연기한 것도 그 같은 시각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인적 쇄신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에 세게 훈련받았는데 뭘 또 바꾸냐"며 이미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또한 강 대표는 이 대통령의 그러한 생각을 알고 부담스러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대책을 한나라당이 건의하고 나설 경우,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여당 사이의 갈등양상으로 해석될 수 있기에 입을 닫기로 작심했던 것 같다.

결국 여권 지지율의 급락이라는 비상한 상황 속에서 열린 여권 두 지도자의 회동은, 작금의 상황을 타개할 아무런 대책도 논의하지 않은 채 끝나게 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의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그의 국정지지율은 취임 세 달도 안 되어 20%대로 추락했다. 새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렇게 짧은 기간에 급락하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 대통령은 집권 초반부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 번 추락한 대통령의 지지율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특징을 과거의 경험들은 보여주고 있다. 이 대통령의 앞길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일도 아니지만, 쉽게 볼 일은 더욱 아니다.

이 대통령도 쇠고기 파동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를 느낀 듯하다. 연일 '국민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국민과 역사 앞에 교만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본다는 말까지 했다. 적어도 표현상으로는 그동안의 국정운영에 대해 성찰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래서 쇠고기 파동의 교훈을 계기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기대했던 것이고 강재섭 대표와의 회동을 주목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정쇄신의 문제가 지금 이 대통령의 관심사가 아님이 확인된 상황에서 여러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과연 국정쇄신없이 이 대통령이 말한 '국민과의 소통'은 가능할 것인가. 잃어버린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가능할 것인가.

국정쇄신의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을 돌아본다면 이 같은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인수위원회 시절 영어몰입교육 논란에서 시작하여 '강부자 내각' 파동 그리고 최근의 쇠고기 파동에 이르기까지 민심을 자극하는 일들이 계속 이어졌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과의 소통'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국정운영방식이 실제로 변화할 것인가 여부이다. 이 대통령의 다짐이 단지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로의 확대, 참모진의 쇄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채널 구축 등의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인적 쇄신은 국정쇄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인적 쇄신의 필요성은 단지 쇠고기 파동 인책 차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를 '강부자' 정부로 보는 시선을 극복하고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도, 국민적 신망이 높은 새로운 인물들로의 쇄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강부자'들만 모인 정부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한, 이명박 정부와 국민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인적 쇄신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결국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말은 구두선에 그칠 위험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기업이 아니라 국가를 경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큰 틀의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읽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위해 결단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국정쇄신과 인적 쇄신이 필요한 이유이다.

                                                                <국제신문> 2008년 5월 21일자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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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hNO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제는 국정쇄신과 인적 쇄신해봐야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거.
    이 '사람들'에게 무얼 바라는 사람들이 더 이해가 안간다.

    2008/05/28 21:50

여대야소와 범여권의 책임

국제신문 칼럼 2008/04/15 14:07 Posted by 유창선

이번 4·9총선에서 집권 한나라당은 153석을 얻어 '턱걸이 과반'에 머물렀다. 승리이기는 하지만 안정적인 국회운영을 위해서는 다소 불안한 의석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수치일 뿐, 총선 결과를 내용적으로 뜯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친박연대와 무소속 친박 당선자들을 합하면 친박계 당선자들이 26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는 한나라당과 대결하는 입장이 되기는 했지만, 이들을 범여권 세력으로 묶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한나라당이 얻은 의석수는 153개이지만, 범여권 세력이 얻은 의석수는 179개까지도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이는 다른 보수 정당인 자유선진당과의 정책연대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은 숫자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의 한나라당이나 친박 세력이나 국회에서 절대적인 안정의석 확보가 가능한 세력이다. 양측간의 재결합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거대 여당이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이들을 견제할 세력은 당분간 혼돈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도급 인사들이 대거 낙선한 민주당의 경우 리더십의 공동화 현상을 맞고 있다. 대안 부재의 상황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내고 견제세력으로서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에서 분열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진보 정당들도 견제세력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는 역부족인 상태이다. 진보 세력의 분열에 따른 집안 문제를 해결하고 자기정체성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보인다.

앞으로 여권 세력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일방적인 국정운영과 국회운영이 가능하다. 경제정책, 시장정책, 복지정책, 교육정책, 대북정책 등에 관한 보수-진보 간의 입장 차이가 여전하지만, 여권 세력이 보수 기조의 정책들을 추진할 경우 견제 세력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친박 세력의 한나라당 조기 복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한나라당-친박세력-자유선진당의 정책연대라도 이루어진다면 보수정치 세력은 200석이 넘는 의석도 확보할 수 있다. 야권의 견제 세력들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때까지는 정국의 열쇠는 여권 세력의 손에 쥐어진 셈이다.

이러한 정치 지형에서 범여권 세력의 정치적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견제 세력의 힘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는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정과 정치의 앞길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총선이 끝난 뒤 이들이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은 무척 실망스럽다. '친이'와 '친박'으로 나뉘어 계파정치의 폐해를 드러냈던 광경은 총선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들 사이에서는 '복당'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과 갈등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7월에 결정될 한나라당 당권의 향배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명색이 여권 세력이라면 총선 민의를 제대로 읽어 한나라당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지,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는 무엇인지, 이런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동안 줄곧 그래 왔듯이, 여권 세력 내부에서의 논쟁은 언제나 계파간의 문제로 점철되고 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권 세력은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를 둘러싼 대결에 다시 매달리고 있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어떻게 받들고 국정을 운영할 것인지, 앞으로 추진할 국정과제는 어떠한 것들인지, 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 국민이 궁금해하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고 복당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모습만 다시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는 데는 일단 성공했지만, 국민의 지지가 불변의 것은 아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 덕에 과반수 의석을 얻었던 열린우리당이 무너지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자기 식구 챙기기에만 매달리는 '친박'이나,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 '친이'나 보기 거북하기는 매한가지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친이' '친박'이 어디있느냐고 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나라당과 친박 세력을 망라한 범여권 세력은 이제라도 과반수에 실려 있는 책임의 무게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 <국제신문> 4월 15일자 시론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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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차기 정부의 화두로 실용주의가 제시되었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미 인수위원회 구성에서 과거를 불문하고 능력을 우선하는 실용주의적 인사방식을 선보였다.

인수위 내에서는 새 정부의 국정방향으로 '창조적 실용주의'라는 개념이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한때 새 정부의 명칭을 '실용정부'로 하자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로, 이 당선자 측은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에 있어서 실용주의 원리를 강조하고 있다.

철학적 사조로서의 실용주의는 19세기 관념론 철학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생겨났다. 실용주의는 삶의 목적에 대한 관념론적 설명보다는 인간 삶에 유용한 변화를 가져올 기술의 성장과 개발을 중요하게 여겼다.

실용주의는 사고와 정책에 있어서 유용성과 효율성을 우선한다. 이러한 실용주의가 오늘 우리 현실에서 갖는 의미는, 이념과 명분을 넘어 구체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명박 당선자 측이 내놓고 있는 실용주의 원칙에 대한 반응은 일단 긍정적인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우리 사회는 소모적인 이념대결의 굴레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있었다. 세계화냐 반(反)세계화냐, 시장주의냐 국가 개입이냐, 그리고 보수냐 진보냐, 이 사이에서의 양자택일이라는 거친 요구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대는 이 같은 이분법적 잣대로는 더 이상 사회발전을 도모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 세계화의 흐름과 유리되어서는 생존할 수 없지만, 세계화가 낳는 그늘에 대해서는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시장친화적 정책의 힘이 낳을 사회적 활력을 기대하지만, 동시에 시장경쟁에서 낙오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국가의 보호는 절실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책을 놓고 항상 보수냐 진보냐를 따지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모습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은 그만큼 복잡다기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오늘날 사회발전을 위해서 실용주의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실용주의의 대두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 영국의 브라운 총리 모두가 최근에 집권한 실용주의 리더들이다. 이들은 좌우의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시장친화적인 개혁정책들을 공통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이들의 실용주의 노선의 성과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일단 실용주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추세임은 분명하다.

우리 정치에서도 실용주의 노선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도 한미 FTA 문제 등 여러 사안에서 종종 실용주의적 사고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보다 많은 부분에서 노 대통령 스스로가 과거의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아 그의 실용주의는 빛을 보지 못하였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경우도 한때 내부에서 실용주의 노선이 대두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실용 대 개혁'의 노선논쟁을 거치면서 실용주의 노선 자체가 또 하나의 이념으로 규정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 결과 범여권세력의 간헐적인 실용주의 실험은 문제제기 자체로만 끝나고 말았다.

과연 이명박 당선자가 실용주의를 더 이상 문제제기나 실험의 차원이 아니라 본격적인 실천의 궤도에 진입시킬지 주목할 일이다. 우선 이명박 당선자 스스로가 과거 보수진영의 이념적 굴레에서 벗어나 탈이념적 자세를 견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또한 '이명박식 실용주의'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이 당선자 측에서 공공연히 인용하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 그것이다. 그러나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를 구분조차 않고 실적만을 추구했을 때 생기는 문제점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자칫하면 사회 전체에 걸쳐 부와 재산만이 성공의 유일한 기준으로 자리하는 물신숭배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그래서인가. 인터넷에서는 '이명박 댓글놀이'가 화젯거리라고 한다. 그것은 '~뭐 어때,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식의 댓글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경제살리기 논리라면 모든 것이 다 정당화된다는 주장을 비꼰 것이다.

국가를 경영하는 것은 눈앞의 수익만을 추구하는 장사와는 다르다. 국가가 추구하는 실용주의에는 지켜야할 원칙이 따른다. 한 사회공동체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가에 대한 도덕적 고민이 함께 따라야 한다. '이명박식 실용주의'가 놓쳐서는 안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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