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라디오 PD들의 수난을 지켜보며

미디어비평 2010/03/06 10:04 Posted by 유창선

지금은 퇴출당해 1년이 넘게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지만 나는 오랫동안 KBS 라디오에 출연했었다. 특히 KBS 1라디오가 시사전문 채널이 된 2003년 무렵부터 1라디오의 여러 시사프로그램들에 고정 출연하면서 정치, 사회 전반에 대한 분석과 진단을 하곤 했다. 그 밖에도 KBS의 2라디오나 한민족방송, 국제방송에도 고정적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새벽이든 저녁이든 가리지 않고 매일같이 KBS를 드나들며 라디오방송을 했다.

그 때 좋은 시사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하여 같이 방송을 했던 좋은 라디오 PD들이 많았다. 여기서 이름을 거명하기는 어렵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좋은 PD들이 KBS 라디오에는 넘쳐났다. 그들은 (정권이 아닌)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언제나 노력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시사방송을 하는 입장에서도 그런 PD들과 함께 방송을 했던 때가 가장 보람있었던 때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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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그런데 이 기억이 이미 아득한 시절의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지난 1~2년 사이에 너무도 많이 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 때 1라디오 등에서 시사프로그램을 만들었던 PD들은 대부분 음악 프로그램이나 전혀 다른 업무로 인사발령이 났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한마디로 요주의 인물들에게는 시사프로그램을 맡기지 않겠다는 사측의 조치였다. 그런가 하면 그 무렵 KBS 라디오에 출연하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해주던 여러 출연자들도 이제는 KBS 라디오에서 만나기가 어렵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사측의 원천봉쇄 조치였다.

불과 1~2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KBS의 라디오 PD들을 가슴 속에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느닷없는 봉변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KBS 사측이 라디오 PD들의 지방발령을 위한 지방순환 기준 개정을 강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KBS는 지난 달부터 직종별 순환전보 기준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다른 직종과 달리 라디오본부 소속 PD들만 '타부서 근무시 지역근무 적용'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해 라디오 PD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는 KBS 새 노조에 대거 참여하고 있는 라디오 PD들을 지방근무로 찢어놓아 결국 새 노조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KBS 라디오 PD들은 그동안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 폐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도 하고, 새 노조에도 절대 다수가 참여해왔다. 그래서 사측은 이들을 지방으로 발령내서 라디오 PD들의 응집력을 무너뜨리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를 통제의 수단으로 삼거나 보복의 무기로 이용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노사관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이다. 다른 곳도 아닌 공영방송 한 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장면은 지금 KBS의 현주소가 어떠한 것인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보사장 체제에 대한 내부적 비판의 싹을 다 잘라버리겠다는 것이다. 김인규 사장이 그렇게 찬양했던 전두환 시절의 KBS와 무엇이 다른가.

이에 KBS 새 노조는 "순환전보 개정안이 새 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라며 "사측이 기어이 새 노조에 대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우리 또한 전면전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금 KBS에서는 이런 일이 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이 아시고, KBS 새 노조와 라디오 PD들에게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

다음은 KBS 새 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성명서이다.

보복인사 앞장서는 라디오본부장 물러나라

사측이 직종별 순환전보 기준 개정을 기어이 밀어붙일 태세다. 우리는 이미 '지역라디오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사측이 작업 중인 순환전보 기준 개정의 허구성을 낱낱이 폭로한 바 있다. 특히 정상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전혀 밟은 적이 없으면서도 '라디오본부 의견 반영'이라며 허위로 개정안을 작성한 인사들은 더 이상 간부의 자격이 없다고 천명했다.

그럼에도 끝내 사측이 이번 개정안을 밀어붙이겠다면 이는 새 노조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사측의 순환전보 개정안이 새 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측이 기어이 새 노조에 대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우리 또한 전면전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새노조가 어떤 조직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우리는 온몸으로 보여줄 준비가 얼마든지 되어 있다.

일차적으로 우리는 소속 구성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비밀리에 라디오PD 순환전보 개정안을 추진한 라디오본부장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다. 라디오PD들의 지역발령 추진은 마음에 들지 않는 라디오PD와 특보사장에 비판적인 새 노조에 대한 보복성 인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라디오본부 PD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끝내 일방적인 라디오PD의 지역발령을 강행한다면, 그 순간 우리는 라디오본부장 퇴진운동을 전면적으로 펼칠 것이다. 라디오본부장과 함께 순환전보 개정을 밀어붙이는 라디오본부 간부들 또한 결코 무사할 수는 없음을 명심하라.

사측은 지금이라도 당장 순환전보 개정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라디오PD들과 함께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라. 진정 '지역라디오 활성화'를 바란다면 인사권으로 구성원들을 협박하는 등의 꼼수는 깨끗하게 접고 허심탄회하게 종합적인 대책을 논의하라. 그렇다면 KBS본부 역시 얼마든지 사측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사측이 끝까지 우리를 손보겠다면 우리의 칼끝은 라디오본부장을 넘어 특보사장을 정확하게 겨누게 될 것이다.

2010년 3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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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KBS에서는 모든 것이 끝난 줄로 알았다. KBS 노조의 총파업 찬반투표가 부결로 끝난지 이틀 뒤, KBS 9시 뉴스에서는 ‘연탄나르는 김인규 사장님’의 모습이 등장했다. 자기들 사장의 봉사활동 장면에 대한 홍보를 버젓이 메인 뉴스에 내보내는 이 용감한 모습이야말로, 특보 출신 사장의 KBS 입성이 성공리에 끝났음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자신들의 사장이 대통령 특보 출신이라 해도, 그 사장이 기자 시절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찬양했던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어도, 그런 사장을 인정하면 외부에서는 자신들을 향해 손가락질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당사자들이 파업을 안하겠다는데야 도리가 있겠는가.

KBS 구성원들은 김인규 사장 반대를 위한 총파업 투표를 부결시켰다. 그것이 세상이 뭐라하든 자기들의 밥그릇만은 지키겠다는 이기심의 발로이든, 갈등 피로감에 따른 체념과 패배주의의 결과이든, 그들의 선택은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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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노조의 총파업 찬반투표 개표 장면 ⓒ KBS

어떻게 KBS가 저럴 수가. 훨씬 환경이 열악했던 YTN 노조조차도 특보 출신 사장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온몸을 던져 항거하며 거리를 떠돌았거늘.

1990년 노태우 정권의 서기원 사장 임명에 맞서 37일간의 제작거부로 수백명이 연행되고 14명이 구속되는 희생을 치르면서 방송민주화의 초석을 닦았던 KBS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는지. 자신들에 대한 야유와 손가락질을 뒤로 하면서도 태연히 공영방송임을 내세울 수 있는 KBS의 참담한 모습에 우리는 실망하고 좌절했다. 그래서 이제는 KBS에 대한 미련을 접자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나 보다. KBS의 PD들과 기자들이 패배의 아픔을 털고 다시 시작하겠다며 일어서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노조집행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제 현재의 노조를 탈퇴하고 새로운 노조를 건설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그래서 뜻을 함께하는 많은 PD와 기자들이 속속 노조를 탈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KBS를 친정부적인 국영방송으로 만들려는 기도를 이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그래서 앞으로도 부당한 일들에 대해서는 계속 항거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비록 숫적으로는 KBS 내에서 아직 다수를 차지하지 못할지언정, 신뢰받는 공영방송을 만들려는 불씨를 다시 살리는 움직임이 될 수 있기에 그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의 상황에서 그것은 몸부림의 차원일 수도 있다. 정권과, 그 지원을 받는 경영진을 상대로 힘을 겨루기에는 아직은 힘이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옳고 의로운 길이라면, 그러한 몸부림이 불씨가 되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 경험들을 우리는 수없이 갖고 있다. 지금은 힘들고 외로운 길이어도,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그들의 노력은 우리 방송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KBS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KBS 기자들이 낸 성명에는 “총파업만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 말대로라면 KBS 구성원들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 KBS의 PD들과 기자들이 국민에게 면목이 없게 되었다며, 다시 예의를 갖추기 위해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고 있다. 그들이 가려는 길에 국민의 성원이 함께 할 것임을 우리는 믿으며 무한한 격려를 보낸다.

그들이 가는 그 길은 진정으로 아름다운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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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우깡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송민주화를 이루는 길은 멀고도 험하면서, 매우 다양한 방법이 있을겁니다.
    義를 이루는 새로운 노조설립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죠.
    힘내시길 바래봅니다.

    2009/12/10 11:05

KBS 기자협회 블로그는 접근금지중

미디어비평 2009/12/05 08:47 Posted by 유창선

‘싸우는 기자들’이라는 이름의 KBS 기자협회 블로그가 있다. 최근 김인규 사장의 과거 행태와 관련된 연속 특종을 낸 곳이다. 김인규 사장이 과거에 기자로 있으면서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에 했던 리포트를 발굴해서 공개했는데, 그 내용이 정말 낯뜨거울 지경이었다.

광주를 피로 물들이며 정권을 찬탈했던 전두환, 노태우 군사반란세력이 만든 5, 6공 정권에 대한 칭송와 찬양이 ‘김인규 기자’의 입을 통해 KBS 뉴스를 통해 나갔던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특보를 지냈던 김인규 사장의 권력 줄서기는 이미 5, 6공 시절부터 시작된 평생에 걸친 행태였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KBS 기자협회 블로그는 김인규 사장에게 ‘평생 특보’라는 이름을 불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 내용이 곳곳에 알려지게 되자 김인규 사장이 무척 불편했나 보다. KBS 기자협회 블로그에 실려있던 이들 기사들에 대한 접근금지 조치가 지난 2일을 기해 취해졌다. 그래서 김인규 사장이 기자시절에 했던 이들 리포트의 동영상과 그를 풀어놓은 내용을 볼 수가 없는 상태이다. 인터넷의 다른 블로그들에 올려져있던 같은 동영상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가 계속 취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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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협회 블로그

어떤 내용이었길래 그럴까. 접근금지된 동영상 제4편에는 ‘김인규 기자’의 다음과 같은 리포트 내용도 있다.

“제 5공화국의 출범 1년,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지난 30여 년간의 헌정사에서도 이룩하지 못한 일들을 국민의 여망과 화합 속에 이룩한 획기적인 한 해 였습니다. 이제 한국을 보는 세계의 눈은 분명히 달라졌고 경이의 눈길로 바꿨습니다. 그것은 제 5공화국 출범과 함께 전두환 대통령의 역사적인 미국 방문과 아세안 순방 그리고 88년 올림픽 서울 유치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서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선진국 대열에 부상했기 때문입니다.”

내용을 보니 이제 와서 숨기고 싶은 생각이 들만도 하다.

이번 차단 조치에 대해 해당 포털 측은 다음과 같은 설명을 게재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온라인상의 게시물로 인해 사생활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입는 경우에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그 게시물의 삭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관의 심의 및 판결 결과 또는 개인정보침해, 초상권 침해와 같은 권리침해여부를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신고에 따라 게시물을 삭제 조치 하게 됩니다. 관련기관의 심의 및 판결 결과가 없거나, 권리의 침해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게시물을 임시조치 하게 되며, 임시조치된 게시물은 아래의 절차에 따라 삭제 또는 복원될 수 있습니다.”

결국 KBS 김인규 사장 측의 권리침해신고에 따라 이같은 접근 차단이라는 임시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은 일단 당사자의 권리침해 신고와 정보 삭제 요청이 있으면,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30일 이내의 차단 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과거 ‘장자연 리스트’ 와 관련해서도 위력을 발휘했던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바로 이 독소조항을 활용해서 KBS와 김인규 사장 측은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차단 조치가 취해진 내용들은 허위사실을 담아 개인의 명예훼손을 하고 있는 내용이 아니다.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공인중의 공인이 기자로 재직했던 시절, 바로 자신이 뉴스 시간에 리포트했던 내용 그대로이다. 김인규 사장 자신이 했던 리포트 내용이 바로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그렇다면 김인규 사장은 과거 자신이 했던 전두환, 노태우 정권 찬양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기는 알게 된 것인가.

기자로서 5, 6공정권을 찬양했던 과거 행각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기는 고사하고, 이런 방식으로 진실이 알려지는 것은 막으려는 모습이 더욱 어처구니 없다. 다른 곳도 아닌, 진실보도에 앞장서야 할 공영방송사가 바로 진실보도를 막고 나선 꼴이 되었다. 그런다고 김인규 사장이 학살과 반란의 주역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그토록 찬양했던 사실이 가려질 수 있겠는가. KBS는 이제라도 이성을 되찾고 ‘김인규 기자’ 리포트에 대한 권리침해신고를 취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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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인 김인규 회장이 KBS 사장으로 임명 제청된 가운데 이제 이목은 KBS 노조로 향하게 되었다. KBS 노조가 김인규 사장 임명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상황이 크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KBS 노조가 말로만 투쟁을 하다가 얼마 후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려버린다면, 설혹 PD와 기자들의 반발이 계속된다 하더라도 김인규 체제는 비교적 쉽게 KBS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KBS 노조가 진짜로 마음먹고 몸을 던지는 장기투쟁에 들어간다면 김인규 회장은 ‘제2의 서동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KBS 노조는 김인규 회장이 사장이 될 경우 총파업 투쟁을 벌이겠다고 진작부터 선언했다. 일부에서는 KBS 노조가 이병순 사장이 연임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상황을 전제로 한 총파업투쟁을 선언했다는 의심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KBS 노조는 총파업투쟁을 공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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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노조 홈페이지

KBS 노조의 입장은 김인규 회장의 임명 제청이 결정된 직후 다시 확인되었다. KBS 노조는 이사회가 끝난 직후 <낙하산 저지와 방송장악 분쇄- ‘총파업 투쟁’을 선언한다!>는 성명을 내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 KBS 노동조합과 5천 조합원은 분연히 떨쳐 일어설 것이다. 총파업으로 배수진을 치고 정권의 하수인 김인규가 청정지대 KBS에 단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하게 할 것이다. 공영방송 KBS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 기능을 거세당하고, 독재의 길을 돕는 국영방송의 나락에 떨어지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낙하산 저지 투쟁은 깨어있는 국민들의 동참으로 정권 퇴진투쟁으로 승화할 것이다....”

이쯤 되었으면 이제 KBS 노조의 총파업투쟁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BS 노조는 23일 열리는 비대위에서 총파업 세부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물론 총파업투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게 되겠지만, 그 결과는 노조 지도부가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결국 열쇠는 KBS 노조가 쥐고 있는 셈이다.

KBS 노조가 거듭해서 이 정도 입장을 밝혔으면 이제는 그들의 투쟁 의지를 믿어주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아직은 KBS 노조가 정말 특보출신 사장 저지를 위한 투쟁을 끝까지 벌여나갈 것인가에 대해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동안  KBS 노조의 비상식적인 ‘회군’에 당한 경험이 워낙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장악 기도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KBS 노조는 함께 투쟁하는 듯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발을 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는 KBS 노조의 투쟁선언을 ‘양치기 소년’의 고함처럼 흘려버리게 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전국언론노조가 낸 성명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다. “또 다시 이런 인사가 KBS를 장악하려 하는데 대해 KBS 구성원들, 특히 KBS 노동조합의 깊은 성찰과 행동이 요구된다.... KBS 노동조합은 그들이 천명한대로 구성원들의 염원을 깊이 새겨 공영방송 독립 투쟁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다른 언론노동자들도 KBS 노조를 향해 ‘말이 아닌 행동’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기로에 선 것은 김인규 회장만이 아니다. 김인규 회장은 KBS에 다시 입성해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냐의 기로에 서게 되었고, KBS 노조는 진짜 노조로 되살아 나느냐 아니면  짝퉁노조로 판명이 되느냐를 가르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KBS 노조가 먼저 나서서 김인규 회장을 지목하고 총파업투쟁 선언까지 해버렸다.

그동안 KBS 노조가 아무리 미덥지못한 모습을 보였어도, 이번에는 일단 객관적 상황이 달라보이기는 하다. KBS 노조로서도 모든 것을 건 시험대에 오르게 된 상황이다. 이번에는 과연 믿어도 될 것인지,  그들의 행보를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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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사람’이 KBS 사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2003년 3월 24일 <조선일보> 사설 <‘대통령의 사람’을 다시 KBS 사장으로?>에 나온 말이다. 당시 KBS 이사회가 노무현 후보의 언론 고문을 지낸 서동구씨를 KBS 사장으로 임명 제청하기로 한데 대한 입장이었다.

같은 날 <동아일보>도 <새 KBS 사장 적격자인가>라는 사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뛴 언론고문이다. 그런 인물이 사장에 임명될 경우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고 앞으로 권언유착을 끊겠다는 노 대통령의 약속이 빈말이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과 방송가의 우려다. 정권의 잘못된 주문이 있을 경우 이에 맞서 저항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보수언론 뿐 아니라 KBS 노조를 비롯한 언론계 안팎의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결국 서동구 사장은 취임 8일만에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대통령의 사람’은 공영방송의 수장이 될 수 없다는 선례가 되었다.

김인규 KBS 사장 후보자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뒤 YTN에서 비슷한 일이 생겨났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방송담당 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YTN 사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역시 ‘낙하산’이라는 비판이 확산되었고 YTN 노조는 구본홍 사장과의 오랜 투쟁을 벌어야 했다. 결국 구본홍 사장은 YTN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채 지난 8월에 사퇴했다.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보도전문채널에도 ‘대통령의 사람’이 사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경험들이 이미 있었다.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지 굳이 긴 설명이 필요없는 일이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방송에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뛴 ‘대통령의 사람’이 사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이것은 막 자리잡혀가는 불문율이 되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KBS 이사회는 KBS 신임 사장에 김인규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을 선정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를 맡아 공신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지난 해 8월 사장 공모 때 지원을 포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모에 지원을 했고 사장으로 임명되게 되었다. 과연 무엇이 달라진 것이 있는 것일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김인규 회장이 여전히 ‘대통령의 사람’이라는데 의심을 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보다도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는 이번 과정에서 더 많이 나왔다. 이렇게 논란이 되었던 문제는 그대로였지만, 김 회장은 지원을 했고 여당측 이사들은 몰표를 통해 그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KBS 이사회의 여당측 이사들은 김 후보를 과거의 관행보다는 공영방송으로서 KBS 위상을 회복시킬 비전과 철학을 갖추고,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미래의 방송산업 발전을 선도할 적임자로 평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과연 김인규 회장이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언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일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명박 정부 혹은 여권 쪽으로부터 들어오는 각종 주문과 간섭들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 김인규 회장이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KBS 이사회의 여러 구름잡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김인규 회장이 부적격자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이유이다.

KBS 이사회는 서동구, 구본홍 파문의 교훈에 눈감고 또 다시 ‘대통령의 사람’을 KBS 사장으로 들어앉히는 일을 저질렀다. 또 다시 서로가 값비싼 갈등의 비용을 치러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방송장악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도 시원치않을 판에, KBS 이사회는 이렇게 다시 불을 붙이는 일을 저질러야만 했을까.

KBS 이사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방법은 남아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KBS 이사회가 사장 재공모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정말 KBS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킬 초당파적 인물을 사장으로 임명하는 길이 있다. 이 대통령은 KBS 이사회의 임명 제청을 거부해야 한다. 자신을 선거에서 도왔던 공신을 KBS 사장에 앉혔다는 얘기를 듣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다 같이 소모적인 갈등의 늪에 빠지는 사태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이 대통령이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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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나무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로지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노무현때도 KBS사장 임명가지고 말 많았다. 그래도 하지 않았더냐, 라고 생각할 겁니다. 한나라당은 지난 두번에 걸쳐 정권을 잃은 것, 그리고 고생이 자심했던 것을 방송의 탓으로 압니다. 조중동은 자기네 편을 드는데 영향력이 막강한 방송이 자기네 편을 안들어줘서 국민들이 자기네들의 비리를 속속들이 아는 바람에 맘대로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수를 쓰고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방송을 손아귀에 넣고 싶어합니다.

    2009/11/20 17:40
  2. 뉴라이트박멸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더러운 불륜현장....
    노무현 정권의 인사가 코드인사라며 욕하고 극렬히 반대하던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자 마자 정부각료는 물론 문화계까지 자기 코드에 안 맞는다며 목을 날려버리는 만행을 저질렀었다. 양촌리 청년으로 나오던 유모장관은 완장을 차더니 직접적으로 현 정권에 안 맞는 사람은 스스로 물러나라고 협박성 발안을 하기도 했지. 나중엔 트집을 잡아 짤라냈고.
    과거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그랬었다. 노무현 정권시절 뼈있는 미국산 쇠고기와 내장의 광우병 위험성을 떠벌인 것은 조중동과 한나라당 이었는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과거에 그렇게 반대하시더니~란 질문에 방송인 출신 이계진의원은 내가 언제 그랬냐며 성질을 버럭버럭 내는 장면을 보았었다.
    과거 언론인 시절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를 생각했던 나로선 구역질 나는 그들의 행태를 보며 나의 어리석었음에 한탄을 했을뿐.

    2009/11/2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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