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라디오 PD들의 수난을 지켜보며

미디어비평 2010/03/06 10:04 Posted by 유창선

지금은 퇴출당해 1년이 넘게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지만 나는 오랫동안 KBS 라디오에 출연했었다. 특히 KBS 1라디오가 시사전문 채널이 된 2003년 무렵부터 1라디오의 여러 시사프로그램들에 고정 출연하면서 정치, 사회 전반에 대한 분석과 진단을 하곤 했다. 그 밖에도 KBS의 2라디오나 한민족방송, 국제방송에도 고정적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새벽이든 저녁이든 가리지 않고 매일같이 KBS를 드나들며 라디오방송을 했다.

그 때 좋은 시사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하여 같이 방송을 했던 좋은 라디오 PD들이 많았다. 여기서 이름을 거명하기는 어렵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좋은 PD들이 KBS 라디오에는 넘쳐났다. 그들은 (정권이 아닌)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언제나 노력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시사방송을 하는 입장에서도 그런 PD들과 함께 방송을 했던 때가 가장 보람있었던 때였던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권우성

그런데 이 기억이 이미 아득한 시절의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지난 1~2년 사이에 너무도 많이 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 때 1라디오 등에서 시사프로그램을 만들었던 PD들은 대부분 음악 프로그램이나 전혀 다른 업무로 인사발령이 났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한마디로 요주의 인물들에게는 시사프로그램을 맡기지 않겠다는 사측의 조치였다. 그런가 하면 그 무렵 KBS 라디오에 출연하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해주던 여러 출연자들도 이제는 KBS 라디오에서 만나기가 어렵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사측의 원천봉쇄 조치였다.

불과 1~2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KBS의 라디오 PD들을 가슴 속에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느닷없는 봉변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KBS 사측이 라디오 PD들의 지방발령을 위한 지방순환 기준 개정을 강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KBS는 지난 달부터 직종별 순환전보 기준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다른 직종과 달리 라디오본부 소속 PD들만 '타부서 근무시 지역근무 적용'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해 라디오 PD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는 KBS 새 노조에 대거 참여하고 있는 라디오 PD들을 지방근무로 찢어놓아 결국 새 노조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KBS 라디오 PD들은 그동안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 폐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도 하고, 새 노조에도 절대 다수가 참여해왔다. 그래서 사측은 이들을 지방으로 발령내서 라디오 PD들의 응집력을 무너뜨리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를 통제의 수단으로 삼거나 보복의 무기로 이용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노사관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이다. 다른 곳도 아닌 공영방송 한 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장면은 지금 KBS의 현주소가 어떠한 것인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보사장 체제에 대한 내부적 비판의 싹을 다 잘라버리겠다는 것이다. 김인규 사장이 그렇게 찬양했던 전두환 시절의 KBS와 무엇이 다른가.

이에 KBS 새 노조는 "순환전보 개정안이 새 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라며 "사측이 기어이 새 노조에 대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우리 또한 전면전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금 KBS에서는 이런 일이 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이 아시고, KBS 새 노조와 라디오 PD들에게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

다음은 KBS 새 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성명서이다.

보복인사 앞장서는 라디오본부장 물러나라

사측이 직종별 순환전보 기준 개정을 기어이 밀어붙일 태세다. 우리는 이미 '지역라디오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사측이 작업 중인 순환전보 기준 개정의 허구성을 낱낱이 폭로한 바 있다. 특히 정상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전혀 밟은 적이 없으면서도 '라디오본부 의견 반영'이라며 허위로 개정안을 작성한 인사들은 더 이상 간부의 자격이 없다고 천명했다.

그럼에도 끝내 사측이 이번 개정안을 밀어붙이겠다면 이는 새 노조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사측의 순환전보 개정안이 새 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측이 기어이 새 노조에 대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우리 또한 전면전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새노조가 어떤 조직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우리는 온몸으로 보여줄 준비가 얼마든지 되어 있다.

일차적으로 우리는 소속 구성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비밀리에 라디오PD 순환전보 개정안을 추진한 라디오본부장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다. 라디오PD들의 지역발령 추진은 마음에 들지 않는 라디오PD와 특보사장에 비판적인 새 노조에 대한 보복성 인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라디오본부 PD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끝내 일방적인 라디오PD의 지역발령을 강행한다면, 그 순간 우리는 라디오본부장 퇴진운동을 전면적으로 펼칠 것이다. 라디오본부장과 함께 순환전보 개정을 밀어붙이는 라디오본부 간부들 또한 결코 무사할 수는 없음을 명심하라.

사측은 지금이라도 당장 순환전보 개정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라디오PD들과 함께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라. 진정 '지역라디오 활성화'를 바란다면 인사권으로 구성원들을 협박하는 등의 꼼수는 깨끗하게 접고 허심탄회하게 종합적인 대책을 논의하라. 그렇다면 KBS본부 역시 얼마든지 사측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사측이 끝까지 우리를 손보겠다면 우리의 칼끝은 라디오본부장을 넘어 특보사장을 정확하게 겨누게 될 것이다.

2010년 3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댓글을 달아 주세요

어제 있었던 국회 발언 가운데 적극 공감되는 내용이 있어 여러분과 함께 나눠 보려 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는 어제 방통위 업무보고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MBC 엄기영 사장 사퇴에 대한 책임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히 MBC 사장을 지냈던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최 의원은 "전두환 정권 때도 이렇게는 안 했다. 인사 개입을 하더라도 사장을 통해 하지 이런 식으로 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방문진에 의해 MBC가 난장판이 되고 있는데 방통위가 이를 방치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고 질타했다고 한다. 특히 최 의원은 "방문진은 87년 6월 민주항쟁의 산물로 국민들이 전두환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던 것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린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과거사 진상조사 차원에서 다루겠다. 이 정권 오래 남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는 최문순 의원 (자료사진)

나의 눈길을 끈 것은 현재 진행중인 MBC 사태를 과거사 진상조사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부분이었다. 아마도 진상조사를 한다면 이런 내용이 될 것이다. 방문진은 어떠한 이유로 누구의 판단에 의해 MBC 인사를 좌지우지 하는 월권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개입한 외부 인사들은 누구였는지, 또한 후임 사장의 선출 과정에 외부의 개입은 없었는지 등이다.

이미 MBC 노조 측에서는 방문진이 MBC에 손을 대게된 것은 청와대 측의 의중에 따른 것이라는 정황을 제기한 바 있기에, 엄기영 사장의 사퇴와 신임 본부장들의 선임, 후임 사장 선출 과정에 외압이 어떻게 작용했는가를 가리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물론 이는 당장이라도 국회 국정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다수 여당의 반대로 여의치가 않다면 최 의원의 말처럼 정권이 바뀐 이후 과거사 진상조사 차원에서 그 진상을 밝히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권력의 힘을 남용하여 혹은 권력의 편에 서서 방송을 장악하고 전리품으로 삼으려는 행동은 역사적 차원에서 심판해야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방송장악 문제를 과거사 진상조사 차원에서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이번 MBC 사태만 대상이 될 일은 아니다. KBS의 이병순 전 사장, 그리고 김인규 현 사장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 또한 그동안 KBS 안팎에서 권력을 등에 업고 자행되었던 행위들이 모두 진상이 밝혀져야 할 일이다. 또한 현정부 들어 다른 방송사들에 대해서도 있었던 정권 차원의 각종 외압들의 실체가 다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는 흔히 말하는 ‘정치보복’과는 다른 것이다. 국민의 것이 되어야 할 방송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겨 장악하거나 헌납하는 행위 모두는 심판을 받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한다. 그래야 다시는 그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모양으로 방송에 온갖 외압을 가하는 정권도 문제이지만, 또한 거기에 줄을 서서 한 자리 얻고 충성을 다하는 인물들의 모습 또한 개탄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방송장악에 개입한 청와대와 여당의 인사들, 그리고 거기에 편승한 방송사 내부의 인물들을 다 국회 청문회로 불러내어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물론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등의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겠냐고? 다음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큰데 방송장악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가능하겠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우선 다음 대선의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너무도 이르다. 그리고 설혹 한나라당의 후보가 집권하는 경우라 해도 일단 정권이 바뀌면 그 길은 열릴 수 있다. 노태우 정부 아래에서도 5공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던가. 정권의 차별화 전략에서도 가능하고, 야당의 힘이 강해지면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과거 독재정권 아래에서 있었던 많은 사건들도 결국에는 역사의 재조명을 받고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던가.

그러하기에 방송장악의 주역들은 물론이고 그에 가담하며 부화뇌동하고 있는 인사들은 자중자애할 일이다. 당장 MBC가 저 모양이 되어 후배들은 MBC를 지키려고 나서고 있는데, 이 틈에 본부장 자리 하나, 사장 자리 하나 차지하려고 나선 사람들은 무엇인가. 그들 또한 자신의 오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후일 져야할 때가 올 것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다. 아니, 이제 권력은 5년도 가지 못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힘이 가면 얼마나 가겠는가. 당장 6월 지방선거 끝나고 나면 분위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오늘 벌어지고 있는 방송장악에 대한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하고 거기에 협력하는 죄를 저지르지 말지어다. 그것이 역사에 부끄러운 인물로 남지않는 길이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설 연휴를 앞두고 KBS에서 또 한번의 폭거가 자행되었습니다. 김인규 KBS 사장의 5공 정권 찬양 리포트 기억하시죠. 5공 정권 아래에서 정치부 기자로 있던 김 사장이 KBS 뉴스를 통해 전두환 정권와 민정당을 찬양했던 리포트들말입니다. 정말 낯뜨거운 독재정권 찬양 리포트를 보면서 우리는 경악했고, 그런 인물이 KBS 사장이 된 것에 대해 개탄했습니다.

당시 이 귀중한 자료는 KBS 기자협회 블로그 싸우는 기자들‘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KBS 기자협회는 지난해 11월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 김인규 씨가 KBS 사장으로 임명된 뒤 그의 자질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과거 리포트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김인규 사장은 5공과 6공 군사정권 하에서 적극적인 부역을 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기자협회는 김인규 사장이 당시 군사정권을 찬양하고 비호한 대표적인 리포트를 분석해 기자협회 블로그에 게재했던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진우 KBS 기자협회장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었다고 하네요. KBS 기자협회에 따르면 KBS 사측은 지난 8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김진우 협회장에 대해 감봉 2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습니다. 징계 사유는 김인규 사장의 5공 시절 리포트를 외부에 유출한 혐의라고 합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KBS 기자협회 블로그에서는 “O양 비디오도 B양 비디오도 아닌 김인규 비디오 유출이다”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과거 KBS 뉴스를 통해 온 국민에게 내보냈던 리포트를 국민 앞에 다시 공개한 것이 무슨 잘못이란 말입니까. 김인규 사장이 이제라도 부끄러움을 깨달은 것일까요. 자신의 5공 정권 부역행위가 기자로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를 뒤늦게나마 깨닫고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서 이런 것일까요.

하지만 엄연히 사실인 역사의 기록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김진우 협회장은 사측에 재심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제 설연휴에 들어가기는 합니다만, KBS에서 이런 비이성적인 일이 또 일어났다는 것 함께 알고 있어야겠습니다. 그리고 MBC 사태의 추이에도 우리가 관심을 계속 가져야겠구요.

다음은 이번 일에 대한 KBS 기자협회의 성명서 전문입니다.

<성명서>비겁하고 몰염치한 기자협회장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

김진우 기자협회장에 대한 징계가 결정됐다. 사측은 기자협회장에게 성실 의무 위반과 콘텐츠 유출 등을 이유로 감봉 2개월의 중징계를 했다. 특보사장 김인규가 과거 5공 시절 보도한 군부독재정권 찬양 리포트를 외부에 유출해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거다.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모르는 징계 결정이다.

기자협회는 지난해 신임 사장의 언론관을 검증하기 위해 과거 기자 시절 보도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특보사장 김인규는 정치부 기자 시절 5공에 적극적으로 부역한 사실을 확인했다. 과거 행적과 최근 대선 특보 활동을 토대로 김인규 씨는 'KBS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지킬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기자협회는 저널리즘의 원칙에 의거한 이 분석 결과를 공론화했을 뿐이다.

사측은 이미 전임 협회장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징계를 계속해 왔다. 김현석 전 협회장은 파면과 정직의 징계를 받고 지역으로 인사 보복까지 당했다. 민필규 전 협회장도 김현석 전 협회장의 파면에 항의하는 대휴투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경고 징계가 확정됐다.

사측이 전 협회장에 이어 이번에 '저작권 위반'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사유까지 끄집어내서 현 기자협회장에 대한 징계를 감행한 것은 결국 협회를 길들이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 기자협회는 정권의 KBS 장악을 거부하는 저항의 몸부림을 계속해왔다. 현 KBS 수뇌부의 비상식적인 조직운영에 맞서 상식의 목소리를 지켜왔다. 이번 징계는 이에 불편해진 사측의 탄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공식적인 조직을 넘어 기자들의 자치조직까지 장악하려는 음모이다. KBS의 저널리즘과 자존심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기자협회를 무력화하려는 잔인한 폭력이다.

사측은 알아야 한다. 이런 유치하고 또 잔인한 방식의 징계로 기자들을 순치할 수는 없다. 기자협회는 이번 김진우 협회장의 부당한 징계, 그리고 전 협회장들에 대한 비겁한 보복에 대해 의연하게 싸울 것이다. 상식이 몰상식을 몰아내는 싸움을 부단히 전개해 나갈 것이다. 사측은 비겁하고 몰염치한 기자협회장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

2월 11일 KBS 기자협회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텍사스양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대한민국에는 잘못된 역사에 대한
    제대로된 처벌이나 의식변화가 힘든 걸까요?

    2010/02/12 13:13

지난해 11월 24일 KBS에서 김인규 사장 취임식이 노조원들의 강력한 반발 속에 진행되었다. 당시 사측은 노조원들의 출입을 봉쇄한채 취임식을 강행했고 노조원들은 분을 이기지 못하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 날 취임식 사회를 황수경 아나운서가 봤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동료 사원들은 특보 출신 사장의 취임을 저지하기 위해 몸을 던지고 있는데, 그런 취임식의 사회를 보는 모습. 결코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위에서 시키면 거부할 수 없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그 뒤에도 황수경 아나운서의 이름을 기사에서 종종 보게 되었다. 단순히 KBS 프로그램과 관련된 것이면 내가 관심을 기울일 이유가 없었겠지만, 방송 이외의 영역에서 이름이 나오곤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황수경 아나운서

지난 해 12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융합시대 방송통신분야 글로벌 리더십 확보전략’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그런데 이 날 ‘막말 방송’과 ‘악플 방지’ 에 대한 대안의 필요성도 논의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방송이 우리 사회의 윤리와 도덕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날 토론에서 황수경 아나운서는 “공영방송으로 우리말 지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나 직설적 자극적인 소통문화를 반영해 TV 방송언어의 오염수위가 높다”며 “막말방송에 대한 규제, 심의, 평가가 강화되길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당시 기사들은 보도했다.

막말 방송을 하면 안된다는데야 누가 뭐라하겠냐만, 하필 정부가 방송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 청와대에 가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막말 방송 자체에 대한 비판이야 뭐라할 일이 아니니까 역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일을 접하게 되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KBS의 원전수주 기념 특집 <열린음악회> 때문이다. KBS <열린음악회>는 지난달 31일, 한국전력으로부터 억단위의 제작지원을 받아 원전미화 홍보성 방송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거액의 협찬을 받으면서 이런 식의 정부정책 홍보성 방송을 내보내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날 방송에서 황수경 아나운서가 했던 감격적인 멘트들도 나의 마음을 거북하게 한다.

나는 그날 방송을 직접 보지 못했기에,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황수경 아나운서의 말들을 인용한다. 다음은 <미디어오늘> 기사 가운데 일부이다.

황수경 아나운서는 "지난해말 우리에게 국가적인 쾌거가 있었다. 원자력발전을 시작 30년 만에 세계적인 원전수출국가로 위상을 드높이게 됐는데, 정부와 원자력 산업계, 학계가 모두가 힘을 합쳐서 이뤄낸 이 성과는 바로 아랍에미리트에 400억 달러 규모, 우리돈으로 47조 원의 해당하는 원전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라며 "이제 앞으로 세계적인 원전강국으로 도약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오늘 열린음악회는 원전수출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자리로 함께 하겠다"고 방송 오프닝을 했다.

황 아나운서는 또한 "집념으로 이뤄낸 우리의 성과 결실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자리"라며 "원자력 뿐 아니라 건설 기계 등이 망라된 사업이라고 한다…63빌딩 세웠을 물량의 30배 이상의 물량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 규모가 경제전반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아마 짐작하시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더구나 이번 특별방송에 협찬금을 낸 한국전력 사장까지 소개하기도 했다. 황 아나운서는 "이번에 이뤄낸 성과는 35년 간 피와 땀으로 얼룩진 열정의 이뤄낸 결과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 진정한 승리"라며 "원전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끈 한국전력의 김쌍수 사장 자리했다, 큰 박수로 맞아달라"고 했다. 이밖에도 "정말 그간의 쟁쟁한 사업자를 물리치고 우리가 원전사업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세계도 같이 놀라고 있다" "한 발 앞서서 준비한 부단한 선구자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등 황 아나운서는 노래가 끝나는 틈틈이 거의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원전수주 띄우기에 바빴다. (이상 <미디어오늘>에서 인용)

물론 써준대로 읽은 것일 뿐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 든다. 특히 유독 황수경 아나운서에게 그런 역할이 많이 가는 것은 단순히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그렇게 봐서 그런지, 이명박 대통령이 깜짝 출연했던 기부프로그램 사회를 황수경 아나운서가 맡아 이 대통령의 여러 일화를 함께 나눈 일, 정부 행사들의 사회를 자주 맡은 일 등도 떠오른다.

황수경 아나운서가 그런 역할을 많이 맡는 것이 남들이 꺼리는 ‘궂은 일’을 맡은 차원의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적극적 의지에 따른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하고 확인해 보지도 않았다. 다만 KBS를 정상화시키고 공정방송으로 만들기 위해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그녀의 동료들을 생각할 때, 그런 모습을 거듭해서 보는게 거북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아나운서의 자존심은 아나운서 스스로가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cretois  수정/삭제  댓글쓰기

    검새하고 결혼했는데(아직도겠죠?),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이나 할 수 있을까요?

    2010/02/02 18:22
  2. 지나가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인 맘에 안드는건 이해하지만 이렇게 글로 남길만한 이야기는 아닌듯
    KBS 동료와의 연관성도 별로 없고..

    궁금해서 와봤다가 구글 광고만 실컷 보고 갑니다.
    (이만하면 낚인듯.. -ㅅ-)

    2010/02/02 21:07

KBS 시청료 인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모양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4일, KBS 시청료를 상식선에서 인상할 것이라며 월 5∼6천원이 상식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BS의 변신이 기특한 최 위원장에게는 시청료를 두배 이상 올리는 것이 상식적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갖고 있는 상식은 그와는 전혀 다르다. 지금 내야하는 2천5백원의 시청료도 아까와 죽겠는데, KBS가 뭘 잘하고 있다고 시청료를 두배 넘게 올리겠다니, 나의 상식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병순 사장에 이어 김인규 사장이 들어선 KBS는 새해 들어 정권홍보 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요즘 KBS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보면 새해를 맞아 정권의 치적을 알리는데 여념이 없다. 그래도 이병순 사장 시절에는 뼈있는 내용을 한줄이라도 집어넣으려는 기자들의 몸부림 흔적같은 것이라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5공 시절의 정권홍보 방송으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KBS 시청료 납부 거부를 선언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권우성

오죽하면 박원순 변호사가 KBS 뉴스를 가리켜 “우리 국민의 수준을 무시하고 깔보는 보도”라며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땡전뉴스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라고 말했겠는가.

이런 마당에, 정권의 홍보방송으로 전락한 KBS에 우리가 시청료를 납부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지금의 시청료를 두배 넘게 인상하겠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우리가 바보인가. 시청자들을 얼마나 깔보길래, 지금과 같은 낯뜨거운 정권홍보 방송을 내보내면서 시청료를 올리겠다고 하는 것인지. 우리가 시민의 힘, 시청자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어야 한다.

만약 KBS 시청료 인상이 가시화된다면 우리는 이를 KBS 시청료 거부운동의 기폭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시민의 힘으로 KBS를 바꾸는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벌써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박원순 변호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이렇게 선언했다.

“그래서 나는 새해 벽두.
이렇게 결심하였다
앞으로 KBS는 일체 보지 않겠다고
그러니 시청료는 내지 않겠다고
보지도 않는 방송의 시청료를 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모든 국민들이 이에 동의한다면 공동의 행동을 취할 것을 요청드린다“

그리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나팔수 KBS'를 위한 수신료 인상,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조중동 종편'을 밀어주겠다는 수신료 인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정권이 끝내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려 한다면 우리는 국민들과 함께 '제2의 시청료 거부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필자 또한 같은 마음이다. KBS가 국민의 돈을 더 받아내서 정권홍보 방송을 만들겠다는데 어떻게 거기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수많은 시민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만약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끝내 KBS 시청료를 인상하려 한다면, 본격적으로 시청료 납부를 거부하겠다는 시민들의 결심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시청료를 거부하는데 있어서 현실적인 불편함들은 있다. 현재 KBS 시청료는 한전 고지서와 함께 나오기 때문에 한전에 전화를 걸어 TV를 보지 않으니 시청료를 안내겠다고 통보해야 한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KBS 측의 방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개개인으로서는 다소 불편한 과정일 수 있지만, 시민들이 뜻을 모아 한 백만명 정도가 한전에 전화를 걸어 시청료를 내지않겠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까.

또한 KBS 시청료 납부와 관련된 불합리한 방송법 조항들에 대한 개정운동도 함께 필요해 보인다. KBS가 정권홍보 방송으로 전락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라면 다소의 불편함은 감수하더라도 우리가 바보가 아님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KBS 시청료의 부당한 인상은 우리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여, 정권과 KBS 간의 속보이는 논공행상을 막아야 할 때이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ONDA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사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정말 부끄러운 권력집단입니다.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고, 세뇌시키려는 몰상식함에 절망합니다. 수준있고 세련된 보수는 대한민국에서 불가능한 것일까요?

    2010/01/07 12:48

BLOG main image
유창선닷컴
서로 다른 생각이 공존할 수 있는 열린 사회. 그를 위해 자유롭고 공정한 시선을 담겠습니다.
by 유창선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231)
블로그 only (107)
나의 블로그 이야기 (3)
프리랜서 일기 (3)
정치 (54)
미디어비평 (44)
사회 (9)
사는 이야기 (4)

달력

«   2010/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4,655,628
  • 223118
textcubeget rss
Daum 블로거뉴스 베스트 블로거기자

유창선닷컴

유창선'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유창선 [ http://yuchangseon.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