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국회 발언 가운데 적극 공감되는 내용이 있어 여러분과 함께 나눠 보려 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는 어제 방통위 업무보고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MBC 엄기영 사장 사퇴에 대한 책임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히 MBC 사장을 지냈던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최 의원은 "전두환 정권 때도 이렇게는 안 했다. 인사 개입을 하더라도 사장을 통해 하지 이런 식으로 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방문진에 의해 MBC가 난장판이 되고 있는데 방통위가 이를 방치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고 질타했다고 한다. 특히 최 의원은 "방문진은 87년 6월 민주항쟁의 산물로 국민들이 전두환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던 것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린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과거사 진상조사 차원에서 다루겠다. 이 정권 오래 남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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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는 최문순 의원 (자료사진)

나의 눈길을 끈 것은 현재 진행중인 MBC 사태를 과거사 진상조사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부분이었다. 아마도 진상조사를 한다면 이런 내용이 될 것이다. 방문진은 어떠한 이유로 누구의 판단에 의해 MBC 인사를 좌지우지 하는 월권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개입한 외부 인사들은 누구였는지, 또한 후임 사장의 선출 과정에 외부의 개입은 없었는지 등이다.

이미 MBC 노조 측에서는 방문진이 MBC에 손을 대게된 것은 청와대 측의 의중에 따른 것이라는 정황을 제기한 바 있기에, 엄기영 사장의 사퇴와 신임 본부장들의 선임, 후임 사장 선출 과정에 외압이 어떻게 작용했는가를 가리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물론 이는 당장이라도 국회 국정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다수 여당의 반대로 여의치가 않다면 최 의원의 말처럼 정권이 바뀐 이후 과거사 진상조사 차원에서 그 진상을 밝히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권력의 힘을 남용하여 혹은 권력의 편에 서서 방송을 장악하고 전리품으로 삼으려는 행동은 역사적 차원에서 심판해야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방송장악 문제를 과거사 진상조사 차원에서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이번 MBC 사태만 대상이 될 일은 아니다. KBS의 이병순 전 사장, 그리고 김인규 현 사장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 또한 그동안 KBS 안팎에서 권력을 등에 업고 자행되었던 행위들이 모두 진상이 밝혀져야 할 일이다. 또한 현정부 들어 다른 방송사들에 대해서도 있었던 정권 차원의 각종 외압들의 실체가 다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는 흔히 말하는 ‘정치보복’과는 다른 것이다. 국민의 것이 되어야 할 방송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겨 장악하거나 헌납하는 행위 모두는 심판을 받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한다. 그래야 다시는 그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모양으로 방송에 온갖 외압을 가하는 정권도 문제이지만, 또한 거기에 줄을 서서 한 자리 얻고 충성을 다하는 인물들의 모습 또한 개탄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방송장악에 개입한 청와대와 여당의 인사들, 그리고 거기에 편승한 방송사 내부의 인물들을 다 국회 청문회로 불러내어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물론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등의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겠냐고? 다음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큰데 방송장악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가능하겠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우선 다음 대선의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너무도 이르다. 그리고 설혹 한나라당의 후보가 집권하는 경우라 해도 일단 정권이 바뀌면 그 길은 열릴 수 있다. 노태우 정부 아래에서도 5공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던가. 정권의 차별화 전략에서도 가능하고, 야당의 힘이 강해지면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과거 독재정권 아래에서 있었던 많은 사건들도 결국에는 역사의 재조명을 받고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던가.

그러하기에 방송장악의 주역들은 물론이고 그에 가담하며 부화뇌동하고 있는 인사들은 자중자애할 일이다. 당장 MBC가 저 모양이 되어 후배들은 MBC를 지키려고 나서고 있는데, 이 틈에 본부장 자리 하나, 사장 자리 하나 차지하려고 나선 사람들은 무엇인가. 그들 또한 자신의 오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후일 져야할 때가 올 것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다. 아니, 이제 권력은 5년도 가지 못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힘이 가면 얼마나 가겠는가. 당장 6월 지방선거 끝나고 나면 분위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오늘 벌어지고 있는 방송장악에 대한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하고 거기에 협력하는 죄를 저지르지 말지어다. 그것이 역사에 부끄러운 인물로 남지않는 길이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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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엄기영 사장이 결국 사퇴했다. 김우룡 이사장을 비롯한 방송문화진흥회의 여당측 이사들이 자신들의 뜻대로 임원인사를 밀어붙이자 이에 대한 볼복의 표시로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이 심으려하고 엄 사장이 거부한 인물들이 MBC의 보도본부장, 제작본부장 같은 핵심 요직을 차지할 때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MBC의 프로그램들은 급격히 보수편향으로 가게 될 것이고, MBC는 KBS의 뒤를 이어 친정부적 방송으로 변질되게 될 것이다. 이를 알고 있는 엄 사장은 사장의 인사권조차 제약하며 자신을 식물사장으로 만드려는 방문진 이사회를 향한 무언의 항의 표시로 결국 사퇴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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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의사를 밝힌 엄기영 사장 ⓒ 권우성

그런 점에서 엄 사장의 사퇴는 방문진 여당측 이사들에 의한 사실상의 사퇴 압박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밑에서 일할 사람들조차 자신의 뜻에 반하는 인사들이 선임되는 식물사장의 굴욕을 엄 사장은 더 이상 견디어낼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 엄 사장의 사퇴는 MBC 안팎에 커다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KBS에 이은 MBC 장악 논란과 함께 후임 사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것이다. 당장 MBC 노조는 방문진의 폭거를 규탄하면서 총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할 것을 선언했다. 상황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상황은 엄 사장의 사퇴로 MBC가 커다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방문진은 후임 사장에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친여성향의 인물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MBC 장악에 속도가 붙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니다. 모든 것이 정권과 그 대리인들의 뜻대로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MBC 구성원들은 KBS와는 다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명무실했던 KBS 노조와는 달리 MBC 노조는 탄탄한 기반과 결속력을 갖고 있다. MBC 노조가 MBC 장악과 낙하산 인사에 저항하며 강력한 투쟁을 벌인다면 그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6월 2일의 지방선거 일정이 다가오고 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MBC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이 큰 부담일 수 있다. 이미 한나라당은 지난해 10.28 재보선에서 김제동씨 퇴출 파문이 큰 악재로 작용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방송에 대한 무리한 통제는 그만큼 국민여론에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성격을 갖고 있다. 이제 MBC에서 엄기영 사장이 물러나고 낙하산 사장이 들어오는 광경이 부각되고, 그리고 그를 둘러싼 갈등이 분출될 경우 여권은 선거를 앞두고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이 MBC에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여론의 추이가 될 것이다. MBC를 공정방송으로 지키려는 것은 단지 MBC 구성원들의 바람만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시청자들, 그리고 국민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MBC 구성원들이 MBC를 지키려는 확고한 의지를 먼저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은 그들에게 커다란 힘을 실어줄 것이다. 엄기영이 물러난 이제, 손석희도 김미화도 다 날아가게 생겼다. 그들을 지키고 MBC를 지키는 것, 깨어있는 시청자들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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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데이크루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암담하네요.. 선거 한번의 결과가 이렇게 줄줄히 우리를 힘들게 할 줄이야..
    제가 운영하는 카페에 퍼가겠습니다. 당연히 출처는 남기겠습니다.

    2010/02/08 12:55
  2. soyha  수정/삭제  댓글쓰기

    깨어있는 시청자가 적은게 문제...
    시청자는 그냥 가는대로 갈뿐...
    그래서 방송장악이 필요한거겠지요

    2010/02/08 13:00
  3. 구독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의라는게 있기는 한건지 모르겠어요.

    2010/02/08 13:21

김우룡 이사장이 이끄는 방송문화진흥회의 MBC 장악 기도가 드디어 본격화되고 있다. 방문진은 8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공석중인 MBC 이사와 본부장 선임을 여당측 이사들 의사대로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엄 사장과 김 이사장 간의 의견 차이로 MBC 후임 본부장 인선은 계속 무산되어 왔다. 특히 김 이사장이 제시한 인선안에 대해서는 엄 사장이 거부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상황도 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엄 사장은 김 이사장이 요구하고 있는 인선안을 거부하고 있지만, 결국 김 이사장은 엄 사장의 거부에 상관없이 여당측 이사들의 뜻을 모아 그대로 강행 처리할 태세이다.

그런데 알려지고 있는 인선안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한겨레> <미디어오늘>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김 이사장은 보도본부장에 황희만 울산문화방송 사장, 제작본부장에 윤혁 부국장을 선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강한 보수성향의 인물로, 엄 사장이 계속 거부해온 경우들이다. 특히 윤 부국장은 그동안 MBC 내부에서 경영진을 흔들며 논란을 빚었던 공정방송노조 조합원이다. 이러한 인사들이 MBC의 핵심 요직을 차지할 경우 MBC가 급격히 보수화되고 KBS의 뒤를 따라 친정부적인 방송으로 전락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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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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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사장


그동안 방문진 김 이사장이 그려왔던 그림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이제 베일을 벗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고도 방송장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보수편향의 이념적 색채가 강한 인물들을 핵심 요직에 앉혀 엄기영 사장을 식물사장으로 만든채 MBC를 친정부적인 방송으로 만들려는 포석이다.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는 그림이다. 그동안 김 이사장이 이끄는 방문진을 가리켜 ‘점령군’ 행세를 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왜 그런 표현이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KBS를 친정부적인 방송으로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MBC 마저도 친정부적인 방송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것인가. 끝까지 정권의 코드와 일치하는 자기 사람 심기를 밀어붙이는 김 이사장의 모습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책임감같은 것은 찾을 길이 없다.

이제 MBC는 진짜 기로에 서게 되었다. 만약 김 이사장이 심는 인사들이 MBC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게 되면 MBC의 미래는 없게 된다. MBC는 제2의 KBS가 되어버리고 만다. 어떻게든 막아야 할 상황이다.

MBC 노조는 강력한 저지투쟁을 다짐하고 있다. 김 이사장의 MBC 장악이 현실화되는 것을 MBC 노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놓아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엄기영 사장의 선택이다. MBC가 정권 코드에 맞추는 방송으로 전락하는 것을 가장 앞에서 막을 책임이 엄 사장에게 있다. 정권이 내려보낸 이사장이 MBC 점령군 행세를 하는 이 치욕스러운 상황에서 엄 사장이 무슨 사장직에 대한 미련이 더 이상 있겠는가. 이제 엄 사장은 MBC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버텼던 인물로 한국방송사에 기록되어야 한다. 설혹 방문진이 자기들 뜻대로 임원을 선임하더라도 이들의 본부장 임명을 끝까지 거부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MBC마저 무너져버리면 공정방송을 갈구하는 수많은 시청자들은 기댈 곳이 없게 된다. MBC 노조와 엄기영 사장이 결연한 모습으로 MBC 장악 기도를 막는다면 국민도 그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앱을 무료다운 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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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쪽발이들 세상 쪽발이들 세상.............  수정/삭제  댓글쓰기

    쪽발이들 세상
    위부터

    2010/02/09 03:16
  2. 쪽발이들 세상 쪽발이들 세상.............  수정/삭제  댓글쓰기

    쪽발이들 세상
    위부터

    2010/02/09 03:17
  3. 쪽발이들 세상 쪽발이들 세상.............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산당보다 더 나빠

    2010/02/09 03:18

“‘대통령의 사람’이 KBS 사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2003년 3월 24일 <조선일보> 사설 <‘대통령의 사람’을 다시 KBS 사장으로?>에 나온 말이다. 당시 KBS 이사회가 노무현 후보의 언론 고문을 지낸 서동구씨를 KBS 사장으로 임명 제청하기로 한데 대한 입장이었다.

같은 날 <동아일보>도 <새 KBS 사장 적격자인가>라는 사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뛴 언론고문이다. 그런 인물이 사장에 임명될 경우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고 앞으로 권언유착을 끊겠다는 노 대통령의 약속이 빈말이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과 방송가의 우려다. 정권의 잘못된 주문이 있을 경우 이에 맞서 저항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보수언론 뿐 아니라 KBS 노조를 비롯한 언론계 안팎의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결국 서동구 사장은 취임 8일만에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대통령의 사람’은 공영방송의 수장이 될 수 없다는 선례가 되었다.

김인규 KBS 사장 후보자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뒤 YTN에서 비슷한 일이 생겨났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방송담당 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YTN 사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역시 ‘낙하산’이라는 비판이 확산되었고 YTN 노조는 구본홍 사장과의 오랜 투쟁을 벌어야 했다. 결국 구본홍 사장은 YTN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채 지난 8월에 사퇴했다.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보도전문채널에도 ‘대통령의 사람’이 사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경험들이 이미 있었다.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지 굳이 긴 설명이 필요없는 일이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방송에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뛴 ‘대통령의 사람’이 사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이것은 막 자리잡혀가는 불문율이 되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KBS 이사회는 KBS 신임 사장에 김인규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을 선정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를 맡아 공신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지난 해 8월 사장 공모 때 지원을 포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모에 지원을 했고 사장으로 임명되게 되었다. 과연 무엇이 달라진 것이 있는 것일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김인규 회장이 여전히 ‘대통령의 사람’이라는데 의심을 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보다도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는 이번 과정에서 더 많이 나왔다. 이렇게 논란이 되었던 문제는 그대로였지만, 김 회장은 지원을 했고 여당측 이사들은 몰표를 통해 그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KBS 이사회의 여당측 이사들은 김 후보를 과거의 관행보다는 공영방송으로서 KBS 위상을 회복시킬 비전과 철학을 갖추고,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미래의 방송산업 발전을 선도할 적임자로 평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과연 김인규 회장이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언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일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명박 정부 혹은 여권 쪽으로부터 들어오는 각종 주문과 간섭들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 김인규 회장이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KBS 이사회의 여러 구름잡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김인규 회장이 부적격자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이유이다.

KBS 이사회는 서동구, 구본홍 파문의 교훈에 눈감고 또 다시 ‘대통령의 사람’을 KBS 사장으로 들어앉히는 일을 저질렀다. 또 다시 서로가 값비싼 갈등의 비용을 치러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방송장악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도 시원치않을 판에, KBS 이사회는 이렇게 다시 불을 붙이는 일을 저질러야만 했을까.

KBS 이사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방법은 남아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KBS 이사회가 사장 재공모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정말 KBS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킬 초당파적 인물을 사장으로 임명하는 길이 있다. 이 대통령은 KBS 이사회의 임명 제청을 거부해야 한다. 자신을 선거에서 도왔던 공신을 KBS 사장에 앉혔다는 얘기를 듣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다 같이 소모적인 갈등의 늪에 빠지는 사태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이 대통령이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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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나무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로지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노무현때도 KBS사장 임명가지고 말 많았다. 그래도 하지 않았더냐, 라고 생각할 겁니다. 한나라당은 지난 두번에 걸쳐 정권을 잃은 것, 그리고 고생이 자심했던 것을 방송의 탓으로 압니다. 조중동은 자기네 편을 드는데 영향력이 막강한 방송이 자기네 편을 안들어줘서 국민들이 자기네들의 비리를 속속들이 아는 바람에 맘대로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수를 쓰고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방송을 손아귀에 넣고 싶어합니다.

    2009/11/20 17:40
  2. 뉴라이트박멸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더러운 불륜현장....
    노무현 정권의 인사가 코드인사라며 욕하고 극렬히 반대하던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자 마자 정부각료는 물론 문화계까지 자기 코드에 안 맞는다며 목을 날려버리는 만행을 저질렀었다. 양촌리 청년으로 나오던 유모장관은 완장을 차더니 직접적으로 현 정권에 안 맞는 사람은 스스로 물러나라고 협박성 발안을 하기도 했지. 나중엔 트집을 잡아 짤라냈고.
    과거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그랬었다. 노무현 정권시절 뼈있는 미국산 쇠고기와 내장의 광우병 위험성을 떠벌인 것은 조중동과 한나라당 이었는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과거에 그렇게 반대하시더니~란 질문에 방송인 출신 이계진의원은 내가 언제 그랬냐며 성질을 버럭버럭 내는 장면을 보았었다.
    과거 언론인 시절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를 생각했던 나로선 구역질 나는 그들의 행태를 보며 나의 어리석었음에 한탄을 했을뿐.

    2009/11/20 19:33

KBS와 YTN, 법원 판결에도 마이동풍

미디어비평 2009/11/14 10:19 Posted by 유창선

법원이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있었던 대표적인 방송장악 행위들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해임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내려진데 이어,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벌인 YTN 노조원 6명에 대한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번 판결들은 KBS와 YTN에서 있은 방송장악 과정의 불법성을 드러냄 아울러 그에 대한 반대투쟁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법원의 판결에 따라 불법적인 상황들을 해소하고, 불법행위로 야기된 상황들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일이 우선적인 과제가 되었다.

KBS의 경우 정연주 전 사장을 몰아낸 과정의 불법성이 확인된만큼 그의 복직이 이루어져야겠지만, 임기가 며칠 남지않은 상황에서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최소한 정연주 전 사장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불법행위에 가담했거나 수혜를 입었던 인사들은 신임 사장 선출에 있어서 배제되어야 한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KBS 장악이 불법적인 것이었음이 확인된 이상, 이제 KBS가 정권이 아닌 국민의 방송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신임 사장 선출 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진행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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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무효 판결을 받은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 ⓒ 유성호

그러나 KBS 차기 사장을 뽑기 위해 구성한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어제 이사회에 추천한 5명의 명단 가운데는 이병순 현 사장,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강동순 전 KBS 감사가 포함되어 있다. 이봉희 전 미주KBS 사장, 홍미라 전국언론노조 KBS 계약직지부장도 추천이 되었지만, 이사회의 구성을 보았을 때 앞의 3인 가운데 1인이 사장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들 3인이 차기 사장이 되었을 때 KBS는 정권의 방송에서 벗어나지 못할 상황으로, 결국 정연주 전 사장 해임 취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KBS에는 달라지는 것이 아무 것도 없게 되는 셈이다.

YTN의 경우도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아직 확정 판결은 내려지지 않았다 해도 1심 판결을 수용하여 해직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복직을 단행해야 하는 것이 사측의 도리이다. 더구나 법원이 YTN에서의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의 정당성까지 확인한 마당에,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명분도 없고 도의적으로도 옳지 못한 일이다.

그럼에도 YTN 사측은 항소를 한다는 이유로 해직자 복직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장 이들의 회사 출입조차도 계속 막을 태세이다. 이렇게 되면 YTN사태 역시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 된다.

방송장악에 제동을 건 법원 판결 이후에도 계속되는 KBS와 YTN에서의 이같은 모습들을 보노라면, 법원의 판결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마이동풍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도대체 무엇을 믿길래 이렇게들 두려워하는 것이 없을까. 방송장악에 가담했거나 그 대리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일말의 반성조차없이 이렇게 후안무치한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야기하고서도,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이, 법원 판결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참으로 무책임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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