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언론들은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중대 결단’ 발언을 일제히 보도했다. 세종시 문제가 지금처럼 아무 결론을 못 내리고 지지부진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중대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중대 결단’은 당연히 국민투표로 받아들여졌다. "이 대통령은 만약 중대 결단을 내리게 되면 세종시 수정안이 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이 ‘핵심관계자’가 말했기 때문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석하게 되는 말이었다.

그런데 세종시 국민투표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 ‘핵심관계자’는 오늘 말을 뒤집었다. 오늘 아침 <연합뉴스>는 이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시사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현재로서는 국민투표를 분명히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나는 국민투표의 `국'자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동관 홍보수석

물론 그가 국민투표의 ‘국’자도 꺼내지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눈가리고 아웅’이다. 그가 말했던 ‘중대 결단’의 의미가 국민투표였음은 누구가 다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말을 꺼내고 논란과 파문이 일자, 내가 언제 그랬냐며 말을 뒤집는 모습이다. 언론은 물론이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이다.

이 ‘핵심관계자’는 다른 문제로도 구설수에 올라있다. 이른바 ‘TK ×들’ 발언이다. <경북일보>는 1일자 기사에서 이동관 홍보수석이 기자들 앞에서 'TK(대구·경북) ×들, 정말 문제 많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수석이 이를 부인하며 <경북일보>에 정정보도 청구를 했다고 밝히자, <경북일보>는 3일자 기사를 통해 “이 수석은 이날 경북일보에 정정보도를 청구하지 않고도 청구한 것 처럼 해명했다. 이를 두고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부인하는 정치권의 전형적인 구태를 보는 것 같다는 시각이 일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기사로 써도 좋다고까지 하며 ‘TK ×들’이라는 표현을 썼는지 여부는 조만간에 가려지겠지만, 대구경북 지역 언론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내가 짚고 싶은 것은 이동관 수석의 거듭되는 구설수이기도 하지만, 그가 왜 아직도 ‘핵심관계자’로 숨어있는가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오늘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세종시 국민투표발언을 부인한 사람은 ‘핵심관계자’로 되어있다. 그런데 기사 마지막에 이런 부분도 나온다.

“한편 이 관계자는 자신이 'TK ×들'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경북일보 보도와 관련, ‘그런 막말을 한 적이 전혀 없다. 언론중재위에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TK ×들' 발언 논란의 당사자가 이동관 수석이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언론에 보도된 상태이다. 그래서 이 기사에 나오는 ’관계자‘가 누구인지는 다들 알게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굳이 이 수석은 ’관계자‘로 숨어있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서 책임지지 못할 발언들을하고, 문제가 되면 책임지는 일 없이 지나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동관 수석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에도 ‘관계자’라는 익명의 그늘에 숨어서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나중에는 더 이상 ‘관계자’라고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종시 중대 결단’ 얘기까지 꺼낼정도로 실세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그는 다시 ‘관계자’가 되어 숨어버린 모습이다. 자신의 모습은 드러내지 않은채 마구 쏘아대는 발언들로 국민들은 혼란의 고통을 받고 있다. 이제는 ‘핵심관계자’가 아닌 ‘이동관 수석’이 자신의 일련의 발언들에 대해 좀더 분명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박근혜도 사찰당하는 더러운 세상

정치 2010/02/24 11:54 Posted by 유창선

설마하니 박근혜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정부기관의 사찰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이런 반응이 적지않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전 대표 하면 야당이 아닌 여당의 차기 최고 유력주자 아닌가. 여권 내에서는 그의 차기 집권을 확신하는 사람이 많을만큼,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다음가는 여권의 지도자이다. 그런데 아무리 세종시 문제로 이 대통령 측과 관계가 안좋아졌다고 해도, 설마 사찰까지야 했겠는가 하는 반응도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공개한 친박 의원들의 말을 들으면 사안이 그렇게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처음 얘기를 꺼낸 이성헌 의원 하면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박 전 대표와 식사를 같이한 스님에게 정부기관에서 찾아와 어떤 얘기를 함께 나누었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이 “왜 만난다는 사실을 정부기관에 얘기했느냐”고 이성헌 의원에게 항의했다고 한다. 물론 이성헌 의원은 그런 얘기를 정부기관에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의원은 “이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성헌 의원의 말이 알려진 이후 유성복 의원도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해 정말 걱정”이라고. 이성헌 의원의 말을 뒷받침하는 말로 받아들여졌다. 유성복 의원 하면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역시 최측근 인물이다. 두 최측근 인사가 아무런 근거없이 이런 민감한 내용을 공개했으리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친박 진영 내부에서는 이 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였기에, 이런 대응이 나온 것 아닌가 판단된다.

이들 뿐만 아니었다. 같은 친박 진영의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친박 의원들에 대한 뒷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이를 부인하자, 자신이 확보하고 있는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 의원은 여당 내에서도 합리적인 스타일의 중진의원으로 꼽힌다. 그런 그 역시 구체적인 근거없이 그런 말을 흑색선전식으로 했으리라고 믿어지지는 않는다.

반면에 청와대는 아무리 아니라고 펄쩍 뛰어도 의심을 받게 되어있다. 현정부 들어 그동안 여러 정보기관의 사찰의혹이 제기되어왔지만. 청와대는 아무런 진상조사도 하지않고 책임도 묻지않고 그냥 지나가곤 했다. 박원순 변호사가 공개했던 일도, 이정희 의원이 공개했던 일도 모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나갔다.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정보기관의 정치사찰을 묵인한다는, 어쩌면 그것을 원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정부 아래에서 다시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사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새삼스럽게 들리지는 않는다. 다만 그 대상에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어떻게 하다가 세상이 이렇게까지 뒷걸음질 친 것인가.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국정원이 도청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노무현 정부 때 관련자들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소동이 있은 이후에는 정보기관의 정치사찰은 이제는 감히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다시 정권이 바뀌면서 정치사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정권 담당자들은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런 사찰의혹이 제기되었다면 난리가 났을 조중동도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의 사찰의혹에 대해서는 관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친박 의원들이 제기한 사찰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당 정치인에 대해서도 그런 사찰이 이루어진다면, 야당에 대해서는, 그리고 힘없는 반대세력에 대해서는 오죽하겠는가. 청와대는 사찰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언제 한번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하고서 그런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던가. 청와대는 차제에 정치사찰의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그러한 행위를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청와대가 그런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 일은 국민과 역사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스스로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몇 년 뒤 정권을 내놓은뒤 정치사찰에 관련된 자, 그리고 그것을 묵인하거나 보고를 받은 자들은 모두 수사와 처벌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앞날이 뻔한 일이다. 독재정권의 유물인 정치사찰을 부활시키고서도 훗날 아무 탈이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인지. 정권은 짧고 심판은 길다는 것을 이제라도 깨닫기 바란다.

이런 광경을 지켜봐야 하는 내 입에서는 이런 소리가 나온다. "박근혜도 사찰당하는 더러운 세상"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허이구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첩공주도 사찰 당하는 더러운 세상 ㅎㅎㅎㅎㅎㅎㅎㅎ

    2010/02/25 08:55

어제 있었던 국회 발언 가운데 적극 공감되는 내용이 있어 여러분과 함께 나눠 보려 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는 어제 방통위 업무보고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MBC 엄기영 사장 사퇴에 대한 책임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히 MBC 사장을 지냈던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최 의원은 "전두환 정권 때도 이렇게는 안 했다. 인사 개입을 하더라도 사장을 통해 하지 이런 식으로 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방문진에 의해 MBC가 난장판이 되고 있는데 방통위가 이를 방치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고 질타했다고 한다. 특히 최 의원은 "방문진은 87년 6월 민주항쟁의 산물로 국민들이 전두환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던 것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린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과거사 진상조사 차원에서 다루겠다. 이 정권 오래 남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는 최문순 의원 (자료사진)

나의 눈길을 끈 것은 현재 진행중인 MBC 사태를 과거사 진상조사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부분이었다. 아마도 진상조사를 한다면 이런 내용이 될 것이다. 방문진은 어떠한 이유로 누구의 판단에 의해 MBC 인사를 좌지우지 하는 월권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개입한 외부 인사들은 누구였는지, 또한 후임 사장의 선출 과정에 외부의 개입은 없었는지 등이다.

이미 MBC 노조 측에서는 방문진이 MBC에 손을 대게된 것은 청와대 측의 의중에 따른 것이라는 정황을 제기한 바 있기에, 엄기영 사장의 사퇴와 신임 본부장들의 선임, 후임 사장 선출 과정에 외압이 어떻게 작용했는가를 가리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물론 이는 당장이라도 국회 국정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다수 여당의 반대로 여의치가 않다면 최 의원의 말처럼 정권이 바뀐 이후 과거사 진상조사 차원에서 그 진상을 밝히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권력의 힘을 남용하여 혹은 권력의 편에 서서 방송을 장악하고 전리품으로 삼으려는 행동은 역사적 차원에서 심판해야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방송장악 문제를 과거사 진상조사 차원에서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이번 MBC 사태만 대상이 될 일은 아니다. KBS의 이병순 전 사장, 그리고 김인규 현 사장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 또한 그동안 KBS 안팎에서 권력을 등에 업고 자행되었던 행위들이 모두 진상이 밝혀져야 할 일이다. 또한 현정부 들어 다른 방송사들에 대해서도 있었던 정권 차원의 각종 외압들의 실체가 다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는 흔히 말하는 ‘정치보복’과는 다른 것이다. 국민의 것이 되어야 할 방송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겨 장악하거나 헌납하는 행위 모두는 심판을 받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한다. 그래야 다시는 그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모양으로 방송에 온갖 외압을 가하는 정권도 문제이지만, 또한 거기에 줄을 서서 한 자리 얻고 충성을 다하는 인물들의 모습 또한 개탄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방송장악에 개입한 청와대와 여당의 인사들, 그리고 거기에 편승한 방송사 내부의 인물들을 다 국회 청문회로 불러내어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물론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등의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겠냐고? 다음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큰데 방송장악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가능하겠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우선 다음 대선의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너무도 이르다. 그리고 설혹 한나라당의 후보가 집권하는 경우라 해도 일단 정권이 바뀌면 그 길은 열릴 수 있다. 노태우 정부 아래에서도 5공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던가. 정권의 차별화 전략에서도 가능하고, 야당의 힘이 강해지면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과거 독재정권 아래에서 있었던 많은 사건들도 결국에는 역사의 재조명을 받고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던가.

그러하기에 방송장악의 주역들은 물론이고 그에 가담하며 부화뇌동하고 있는 인사들은 자중자애할 일이다. 당장 MBC가 저 모양이 되어 후배들은 MBC를 지키려고 나서고 있는데, 이 틈에 본부장 자리 하나, 사장 자리 하나 차지하려고 나선 사람들은 무엇인가. 그들 또한 자신의 오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후일 져야할 때가 올 것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다. 아니, 이제 권력은 5년도 가지 못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힘이 가면 얼마나 가겠는가. 당장 6월 지방선거 끝나고 나면 분위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오늘 벌어지고 있는 방송장악에 대한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하고 거기에 협력하는 죄를 저지르지 말지어다. 그것이 역사에 부끄러운 인물로 남지않는 길이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댓글을 달아 주세요

<오마이뉴스>가 창간 10주년을 맞는다. 돌아보면 결코 짧지않은 시간이었다. 그 10년 사이에 두 차례의 정권교체가 있었고, 남북간의 대화해와 갈등의 고비가 있었다. 김대중 정부를 지나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오가는 사이, 우리 정치사회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미디어 영역에서도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10년전 오연호 대표로부터 인터넷신문, 이름조차 낯설게 들리는 <오마이뉴스>라는 매체가 생겨난다고 들었을 때, 나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오마이뉴스>의 탄생이 종이신문으로 대표되는 올드 미디어의 퇴조를 넘어설 수 있는 뉴 미디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본격 신호탄임을 안 것은 시간이 좀더 지나서였다.

인터넷에서도 수많은 매체들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오마이뉴스>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며 우리 언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젊은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오마이뉴스>의 기자들은 조중동이 장악하고 있던 여론의 독과점을 타파하며 변화와 진보의 목소리를 수많은 독자들에게 전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종래의 엄숙주의가 아닌, 새롭고 창의적인 접근법들을 통해 독자들을 <오마이뉴스>에 중독시키며 끌어들였다. 조중동의 목소리에 눌려있던 독자들은 <오마이뉴스>가 전해주는 새 목소리에 반해 <오마이뉴스>를 ‘즐겨찾기’ 해두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방문하곤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 역시도 그 무렵 <오마이뉴스>의 매력에 빠졌던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때로는 거칠기도 했지만, 초창기 <오마이뉴스>가 주었던 신선함과 자유분방함의 매력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2000년 10월에 있었던 YS의 고대앞 농성 14시간 중계는 지금도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아있다.

독자로 시작했던 나와 <오마이뉴스>의 관계가 파트너 관계로 변화한 것은 2000년 7월부터였다. 당시 나는 <오마이뉴스>의 제안에 따라 정치비평을 고정적으로 매주 2회씩 쓰기 시작했다. 특히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경선 생중계를 함께 한 것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당시 국민경선 생중계라는 새로운 실험은 ‘노풍’과 맞물리면서 흥행에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나는 <오마이뉴스> 기자들과 전국을 돌며 당시 민주당의 국민경선을 생중계했고, 이 방송은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국민경선이 끝나 이 생중계도 끝날 무렵, 나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다. 나와  <오마이뉴스>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큰 기억으로 남는 ‘사건’이었다.

그 뒤로도 나는 <오마이뉴스>의 객원논설위원 등을 맡으며 정치칼럼을 고정적으로 오랫동안 썼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속에서 나의 활동이 언제나 순풍에 돛을 단 것은 아니었다. <오마이뉴스> 속에서 나의 글쓰기는 끊임없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것은 <오마이뉴스>의 열성적 독자들과 나 사이에 종종 드러났던 시각의 차이 때문이었다.

시사평론가로서 나의 비평은 성역없이 모든 권력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대통령과 여야권력, 언론권력, 경제권력 모두가 대상이었다. 나는 특정 정파의 입장에 서기보다는 초정파적 입장에서 사안마다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원칙을 견지하려고 했다. 때로는 여러 오해에 직면하더라도 그것은 시사평론가로서 내가 놓을 수 없는 끈이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시절 나는 물론 한나라당도 많이 비판했지만, 노무현 정부 또한 많이 비판했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정부의 편에 확실히 서서 힘을 실어주기를 원했던 상당수 독자들은 나에 대한 섭섭함과 불만을 공공연히 토로하기도 했다. 가슴이 아프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문국현 후보와 관련해서도 지지자들과의 긴장이 있었다. <오마이뉴스>가 문 후보를 부각시키는 분위기 속에서도 나는 그에 대한 보다 깊이있는 검증이 선행되어야 함을 제기했다. 급기야 대선 막바지에는 야권 후보단일화를 위해 문 후보가 사퇴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실었고, 문 후보의 지지자들은 당연히 나의 글에 크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오마이뉴스>에서의 ‘대세’와는 긴장관계를 조성하는 일이 종종 있었기에, 나는 스스로를 ‘오마이뉴스에서의 비주류’라고 불렀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이런 ‘비주류’에게도 언제나 문을 열어준 <오마이뉴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때로는 일사불란함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래도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하며 함께 가야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오마이뉴스 블로그’에서 개인 블로그 ‘유창선의 시선’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필요할 경우 <오마이뉴스>가 이를 메인 면에 링크시키는 방식으로 협력관계가 구축되어 있다. 이 역시 <오마이뉴스>가 생각해낸 새로운 방식의 관계이다. 고맙게도 많은 독자들이 나의 블로그를 찾아주어 새로운 모델이 정착한 상태이다.

이렇게 지난 10년동안 <오마이뉴스>와 나의 관계는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오마이뉴스> 10주년에 갖는 감회가 남다르기도 하다. 오늘 하나 바람이 있다면 <오마이뉴스>가 만든 ‘10만인 클럽’에 더 많은 독자들이 참여하여 <오마이뉴스>가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광고기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마이뉴스>가 굽히지 않고 정론을 펼 수 있도록 우리 독자들이 힘을 모았으면 한다. 지난 10년간 <오마이뉴스>가 해온 역할을 돌아본다면, 우리 손으로 이런 언론 하나는 지켜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독자들의 ‘10만인 클럽’ 참여는 창간 10주년을 맞는 <오마이뉴스>에게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오마이뉴스>가 다시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10만인 클럽 바로가기’)

다시 한번 <오마이뉴스> 창간 10주년을 축하한다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أحمد  수정/삭제  댓글쓰기

    ((( 사귀게 된 와 함께 이슬람 )))

    http://www.acquainted-with-islam.blogspot.com/

    2010/02/22 10:51

이명박과 박근혜, 품격잃은 계파대결

정치 2010/02/17 11:20 Posted by 유창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두 사람은 우리 정치의 최고 리더들이다. 이 대통령이야 국가의 최고 지도자이고 박 전 대표는 차기 대선의 가장 유력한 주자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우리 정치를 뒤흔들고 있다.

다들 알고 있듯이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입장 차이 때문이다. 물론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한 정치지도자들의 견해 차이는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세종시 수정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찬반의견이 갈려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의견이 반드시 일치해야 할 이유는 없다. 어쩌면 아무런 반대가 없는 일방통행식이 더 문제일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입장 사이에서 토론과 논쟁도 생겨나게 되고 때로는 갈등이 표출된다. 그러고 나면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정치의 요체이다.

그러나 최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서 전개되고 있는 갈등 양상을 지켜보면 이러한 합리적 과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와 토론보다는 막말과 감정싸움, 그리고 계파 간의 대결만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른바 '강도론'은 두 지도자 사이의 논쟁이 얼마나 저급하게 전개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다. 이 대통령이 말한 '강도'는 설혹 그것이 박 전 대표를 가리킨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최소한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가리킨 것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박 전 대표가 거론한 '강도'는 사실상 이 대통령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되었다는 점에서 양자관계의 파탄을 불사한 발언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측 사이에서 '강도'가 누구냐를 찾고 해명하는 수준 낮은 퍼즐게임을 벌이고 있는동안, 여권세력 내부의 갈등은 갈 데까지 가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대통령을 '강도'에 비유한 박 전 대표도 지나쳤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의 참모가 나서서 '박근혜 의원'이라 부르며 '실언' 운운한 것도 감정적인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물론 처음 보는 광경은 아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전 이래 이명박과 박근혜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순탄한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차례 의례적인 만남을 가졌지만, 만나고 나면 다시 관계가 악화되곤 한 것이 두 사람 사이의 '악연'이었다. 정치지도자들 사이의 갈등이야 당사자들의 문제이고, 이런 경우 여권세력 내부의 일이다. 그리고 야권과 그 지지자들 경우는 지금 같은 '이-박의 대결'을 즐기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파적 이해득실의 계산을 떠나 국가적 견지에서 보았을 때,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벌이고 있는 품격 낮은 이전투구는 우리 정치의 격을 떨어뜨림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지도자가 감정싸움, 계파 대결을 벌이고 있는 사이, 정작 세종시 수정 논란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할 때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은 생략된 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의 정치적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만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초래된 데 대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가운데 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를 따지는 일조차 부질없어 보인다. 그러나 갈등을 해결할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이 대통령의 몫임을 강조하게 된다. 원안대로 진행되던 세종시의 수정을 들고 나온 것은 이 대통령이었고, 그렇다면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당연한 책임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소신만을 앞세우며 따라줄 것을 요구했고, 거기에 반기를 들자 그들을 정치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는 설득은 고사하고 반감만 키운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귀를 열고 의견을 들으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박'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는 이 대통령 특유의 일방주의적 사고가 작용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세종시 문제를 이렇게까지 악화시킨 것은 어쩌면 이 대통령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종시 문제는 결국 이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평가로 귀결되고 있다.


* 2월 16일자 <국제신문> 시론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댓글을 달아 주세요

◀ Prev 1 2 3 4 5  ... 17  Next ▶
BLOG main image
유창선닷컴
서로 다른 생각이 공존할 수 있는 열린 사회. 그를 위해 자유롭고 공정한 시선을 담겠습니다.
by 유창선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231)
블로그 only (107)
나의 블로그 이야기 (3)
프리랜서 일기 (3)
정치 (54)
미디어비평 (44)
사회 (9)
사는 이야기 (4)

달력

«   2010/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4,655,702
  • 33264
textcubeget rss
Daum 블로거뉴스 베스트 블로거기자

유창선닷컴

유창선'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유창선 [ http://yuchangseon.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