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검찰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나

정치 2010/05/09 13:54 Posted by 유창선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검찰은 이번 '스폰서' 사건을 내부 문화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고강도 검찰개혁을 주문한데 이어, 어제(8) "사회 구석구석에 많은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라면서 "검찰과 경찰개혁도 큰 과제"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경찰까지 포함해서 검찰과 경찰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공수처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검찰비리 척결을 원하는 국민 여론을 고려할 때 여당에서 주도해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검찰의 자체 진상 조사가 미흡하면 특검을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잇따른 검찰개혁 언급들은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새로운 화두로 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스폰서 검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검찰비리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비등하자 이 대통령도 검찰개혁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이러한 검찰개혁 발언들을 들어도 반갑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공허함이 몰려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것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가장 핵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7일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를 만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완전히 상실했고 급기야 정권의 저격수 역할을 하는 정치검찰이 되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이명박 정부의 검찰은 표적수사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의 길로 내몰았고, 한명숙 전 총리에게도 똑같은 방식으로 표적수사를 하다가 실패하고 말았다. 검찰은 그동안 MBC PD 수첩, 전교조. 전공노, 민주노동당 등 정권의 눈에 거슬리는 수많은 상대들을 향해 수사의 칼을 휘둘러왔다. 정치검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지만 검찰은 현재까지도 아무런 반성의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청와대가 든든한 배경으로 자리해왔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그리고 한명숙 전 총리를 향해 정권적 차원의 표적수사가 진행되어도 청와대는 이를 즐기는 듯 검찰을 방치해왔다. 그것이 청와대와의 조율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든, 아니면 검찰의 과잉충성의 결과였든간에 청와대는 그러한 표적수사들에 대한 최종적 책임을 져야할 위치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의 그 누구도 그러한 표적수사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다. 다른 시국관련 사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든든한 청와대의 지원방식이 어디 있겠는가. 검찰의 위신을 바닥까지 추락시킨 한명숙 전 총리 무죄선고가 나왔어도,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않고 지나가니 말이다.

이러고서는 이제 이 대통령이 나서서 검찰개혁을 강조한다.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 것일까. 물론 이 대통령이 말한 검찰비리도 중요한 개혁의 대상이다. 그러나 검찰비리의 문제는 검찰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한 단면일 뿐, 그것만으로 검찰개혁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정권에 예속되어 독립성을 상실한 정치검찰이 바로 잡히지 않고서는 설혹 스폰서 검사들 옷벗긴다 해도 진정한 검찰개혁은 요원한 일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검찰개혁은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이루는 결단과 함께 가야 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말하면서도 정작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지금의 정치검찰은 손대지않고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어떻게 국민 앞에서 검찰개혁을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대통령이 말하는 검찰개혁은 반의 반쪽 짜리 개혁일 뿐이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검찰개혁의 답이 왜 불합격짜리 답일 수밖에 없는지, 근본적인 자기성찰이 있기 바란다.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별빛사랑  수정/삭제  댓글쓰기

    임기 끝나고 법정에 서는 MB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2010/05/10 12:19

실세 장광근에게 밀린 허세 정몽준

정치 2010/01/25 10:29 Posted by 유창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꺼내들었던 장광근 사무총장 교체의 칼은 결국 아무 것도 베지못한채 다시 칼집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25일자 <동아일보>는 그 과정을 보도하고 있다. 그 내용 가운데 일부를 인용해보자.

“정 대표는 11일 저녁 박형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만나 세종시 대응방안과 당직 개편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 수석은 정 대표에게 “세종시 문제로 야당과 친박(친박근혜)이 공세를 펴는 상황에서 친이계 핵심인 장광근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도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여당 내 주류 측의 단합 차원에서 당직 개편을 세종시 처리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당초 지난주 당 사무총장과 대변인 교체 인사를 하려고 했던 정 대표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광근 사무총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몽준 대표


정몽준 대표의 뜻대로 친이 진영의 ‘실세’인 장광근 사무총장이 교체될지 여부는 그동안 한나라당 안팎의 관심을 모아왔다. 정 대표가 워낙 강력히 그의 교체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에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독대에서 정 대표는 장 사무총장 경질 방침을 보고하고 재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장 사무총장은 10일 자진 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이를 취소했다. 친이 진영의 지원에 힘입어 ‘버티기’로 선회한 것이었다.

그 뒤 친이 진영에서는 장 사무총장 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대두되어 정 대표의 교체 시도에 본격적인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박형준 수석이나 이재오 위원장의 역할이 있었음을 <동아일보> 보도는 전하고 있는 셈이다.

당초 정 대표가 장 사무총장의 교체를 추진했던 것은 그와의 불협화음 때문이었다. 장 사무총장은 그동안 정 대표의 당운영에 여러 가지로 제동을 걸었다. 심지어 정 대표가 3자회담을 제안했을 때는 "원내대표의 정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어떤 행보도 자제해야 한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하극상이 계속되고 당 대표보다 사무총장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정 대표의 영이 서기는 불가능한 일. 정 대표는 장 사무총장을 교체하기로 마음먹고 이 대통령과 담판을 지었지만, 결국은 무산되고 만 것이다. 청와대와 친이 진영 입장에서는 세종시 정국을 돌파해야 하는 상황에서 친이 진영의 결속을 유지시킬 장 사무총장같은 ‘돌격대장’이 필요했던 셈이다.

이로써 청와대와 친이 진영의 재신임을 얻게된 장 사무총장에게는 더욱 힘이 실리게 되었다. 장 사무총장은 박사모의 친이 낙선운동이 박 전대표에게도 누가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고, 조기 전당대회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분간 한나라당은 실세 장광근 사무총장이 허세 정몽준 대표 보다 실질적으로 위에 있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친이 진영의 막강한 힘 앞에서 정몽준 대표는 결국 ‘바지 대표’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와썸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
    요즘 정치가 참 어렵게 돌아가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2010/01/25 23:20

선거패배 성찰없는 한나라당

정치 2009/11/03 13:19 Posted by 유창선

10·28 재보선은 여당인 한나라당의 패배로 끝났다. 한나라당 내 일각에서는 그 정도면 선전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한나라당의 일방적 패배였음이 명확해진다.

한나라당은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두 곳에서 모두 패했다. 충북 4개군에서는 참패를 당했다. 경남 양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고는 하지만, 최근까지 여당 대표를 지냈던 박희태 후보가 야당의 정치신인 송인배 후보에게 천신만고 끝에 이기는 고전을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승부는 외형적으로는 한 석 차이에 불과했지만, 내용 면에서 한나라당은 완패한 것이다.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른 결과였다. 재보선에서는 전통적으로 여당이 불리하다는 통념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의 일방적 우세가 점쳐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야당의 힘이 약화된 환경 속에서 야당의 선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욱이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 김근태 전 장관 등 거물들의 출마가 무산되어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내건 견제론이 힘을 받았고 한나라당은 패배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일까. 집권세력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청와대를 향해 민심을 대변하며 가교역할을 하지 못해 여당으로서의 제 구실을 하지 못한 결과이다. 그러나 야당의 견제론에 유권자들이 호응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이 여전히 일방주의적이고 독선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내건 중도실용의 기치 덕분에 국정지지율은 한동안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의 결과는 구호로만 있고 콘텐츠는 없는 중도실용의 효과가 그리 오래갈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중도실용, 정운찬 총리는 사회통합을 그렇게 외쳐왔지만 막상 달라진 것은 없다. 무성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중도실용과 사회통합의 구체적인 내용이 가시화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런 가운데 세종시 수정 논란이 빚어졌고, 김제동-손석희 씨에 대한 퇴출이 있었다. 중도실용과 사회통합의 약속을 저버린 정권의 일방주의를 드러내는 장면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그에 성난 젊은 유권자들이 재보선 투표장으로 가서 여당을 향해 경고의 의사를 표출한 것이다.

집권세력으로서는 이번 재보선 패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다. 민심의 경고를 번번히 무시하고 지나가면 정권과 민심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도 여당도,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의 급상승에 도취되어 있던 청와대는 여당의 재보선 패배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지난 4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했을 때도 그러했다. 민심이 선거를 통해 여당을 심판하는 상황이 반복되어도 청와대의 표정은 너무도 의연해 보인다.

선거패배의 당사자인 한나라당의 모습도 다를 바 없다. 선거에서 민심의 외면을 받은 여당인데도 내부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모아지지 않고 있다. 정몽준 대표는 "이번 결과를 겸손하게 받들고 더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무엇을 노력하겠다는 것인지 의례적인 수사로만 들린다. 당내 소장파로부터 쇄신 요구가 한두 차례 있었을 뿐, 더 이상 선거패배에 대한 진단이나 반성 같은 것에 매달리는 분위기가 아니다. 여권 전체의 쇄신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오히려 지난 4월 재보선 패배 당시보다도 크게 약화된 모습이다.

재보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달라지는 것 없이 그대로 가겠다는 것이다. 여권의 민심 둔감증이다. 선거에서 패배하고 민심의 경고가 확인되었는데도 이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그대로 넘어가는 안이한 태도이다. 정부와 여당이 재보선 패배의 의미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그냥 버티기로만 일관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정말로 커다란 어려움을 맞게 될지 모른다.

여권이 사는 길은 구호로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정기조의 쇄신을 이루어내는 데 있다. 그것만이 여권도 살고 국민도 사는 길이다. 그러나 선거패배에도 아무런 성찰 없는 여권의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그 길을 찾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걱정이 든다.


* 이 글은 <국제신문> 11월 3일자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어제 KBS TV·라디오 PD, 보도국 기자 조합원들은 대통령의 주례연설 방송 폐지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피켓시위에 나선 것은 대통령 주례 연설을 가을 개편부터 변경된 포맷으로 내보내겠다던 약속을 사측이 어겼기 때문. 그동안 KBS 내부에서 라디오 PD들을 중심으로 일방적인 대통령 주례연설 폐지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계속되자, KBS 사측도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송'으로 포맷 변경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러한 약속은 가을 개편에서 지켜지지 않았고, 이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은 바로 어제, 이전과 똑같은 포맷으로 방송되었다.

어제 피켓시위에 나선 PD와 기자들은, 이병순 사장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해결한 뒤 KBS 구성원 대다수가 바라는 대로 조용히 떠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폐지를 원하는 사람들이 이들만은 아닐 것이다. 연설이 1년이 넘게 계속되는동안 대통령의 일방적인 방송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어 왔다. 이 대통령은 종종 정치적 의견이 나뉘는 사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특히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에 대한 반론권이 야당에게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편파방송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마당에 KBS 사측이 이번 가을 개편에서도 대통령의 주례연설에 아무런 손도 대지않고 그대로 방송을 내보낸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통령 주례 연설 방송에 대한 편성권은 분명히 KBS에게 있다. 물론 청와대와의 협의를 거쳐 이루어지는 방송이지만, 그러한 방송을 어떻게 편성하느냐에 대한 책임과 권한은 KBS 측에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이 방송된지도 이제 1년을 넘었다. 그렇다면 다른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개편을 하는 것이 방송의 상식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의 청취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청취자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그리고 변화나 폐지의 필요성은 없는지 등을 당연히 검토하고 판단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주례연설만큼은 개편의 성역인 듯하다. 필자가 체감하기에는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을 참을성있게 듣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반응도 별로인 것 같은데, 이 프로그램은 1년이 넘었는데도 방송이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포맷도 아무런 변화가 없어 식상한지 오래이다.

그 잘하던 김제동씨를 퇴출시킬 때 KBS 이병순 사장이 뭐라고 둘러댔던가. 너무 오래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작진이 판단했다고 그러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 대통령도 주례연설 방송을 혼자서 너무 오래했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대통령 연설이야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노릇이니, 주례연설은 폐지되는 것이 순리이다.

KBS가 청와대 홍보수석실 산하에 있는 방송이 아니라면 이제 이 정도로 대통령 주례연설은 폐지하는 것이 옳다. 반론의 기회조차 없는 일방적인 연설을 1년이 넘게 방송으로 내보냈으면 할만큼 한 것 아닌가. 이병순 사장은 물러나기 전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통령 주례연설을 폐지하기 바란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 대통령의 세종시 문제 선문답

정치 2009/11/02 11:51 Posted by 유창선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은 무엇인가. 여야가 그리고 여당 내부가 세종시 계획 수정 문제로 온통 떠들썩하지만 이 대통령의 생각을 듣는 것은 쉽지 않다.

오늘 정운찬 총리가 대독한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국회에서 있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 남북관계, 정치제도개혁 같은 현안들에 대해서는 언급하면서도 세종시 문제에 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연설 말미에 “정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오해와 갈등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가겠다”는 말만 했다. 아마도 세종시 수정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비슷한 모습은 역시 오늘 있었던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세종시는 충청도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국가발전에 부합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당도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 이 사안을 검토하기 위해 빠른 시일내에 당에 기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세종시는 충분히 숙고해서 하는 게 좋으니까 당에서 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세종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빠진,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세종시 수정 문제가 정국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대통령은 왜 자신의 의견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경우 논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논란에 따른 부담을 이 대통령이 져야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의 추이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때까지는 앞에 나서지 않고 정운찬 총리에게 맡겨두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당하지 못한 모습이다. 정부가 세종시 계획 수정을 추진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의사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정치적 부담이 따라도 수정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의 확고한 소신에 따라 세종시 수정이 추진되는 것인데, 정작 대통령은 뒤로 빠지고 총리만 앞에 나서고 있다. 물론 대통령과 총리 사이의 역할 분담 차원에서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이 문제가 대통령이 빠진 상태에서 논의될 성질의 문제는 아니다.

세종시 논란의 현상황을 볼 때, 이 대통령이 꺼내고 있는 말들은 선문답과도 같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그같은 선문답으로 우회해도 좋을만큼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여유가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세종시에 대한 원안 고수와 수정 가운데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옳으냐에 대한 의견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를 접근하는 정부의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굳힌 상태가 분명함에도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여론을 탐색하며 저울질만 하고 있다. 정말 대통령과 정부가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소신이 있다면,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에게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고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도이다. 그리고 충청 주민과 국민들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이제는 선문답을 그만 두고 본론을 갖고 얘기할 때가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말하라.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뉴라이트박멸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종시에 대한 이병막 대통령의 행태는 미디어법인지 MB언론악법인지 하는 법안 통과관련 헌재의 판결과 공통점이 있다. 한마디로 " 난 책임지기 싫다."라는 듯한 언행.
    헌재는 "국회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당에서 알아서 하라"고 한다.
    한마디로 자신의 자리에 맞지 않는 비겁한 행태라고 밖에 할수 없다.

    2009/11/02 19:43


BLOG main image
유창선닷컴
시사평론가 유창선의 블로그입니다. 소셜미디어 기반의 시사평론이라는 정글을 탐험하고 있습니다.
by 유창선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16)
블로그 only (107)
나의 블로그 이야기 (3)
프리랜서 일기 (3)
정치 (100)
미디어비평 (57)
사회 (14)
사는 이야기 (6)
소셜미디어 이야기 (13)
  • 4,904,188
  • 60225

달력

«   2010/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extcubeget rss
Daum view

유창선닷컴

유창선'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유창선 [ http://yuchangseon.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